토큰포스트 본사 | 2026년 2월 9일
국내 첫 비트코인 전략 상장사 비트플래닛의 이성훈(Paul) 대표가 토큰포스트 본사를 찾았다. 스탠퍼드 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리먼브라더스, 로펌, 바이오테크 스팩 상장까지 경험한 그는 "비트플래닛은 단순히 비트코인을 사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회사의 비전을 밝혔다.
리먼브라더스 생존자에서 비트코인 전도사로
이성훈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2007년 리먼브라더스 비즈니스 펀드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2008년 금융위기를 직접 겪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가 무너지는 걸 봤습니다. 그게 제게는 형성적 경험(formative experience)이었죠. 금융 시스템을 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후 5년간 미국 로펌 Davis Polk & Wardwell에서 기업 변호사로 활동하며 Galaxy Digital, Grayscale 같은 클라이언트를 통해 2016~2017년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다. "당시엔 규제 관점에서만 봤습니다. 훨씬 더 엄격했죠."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공부하면서 그 잠재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바이오테크 스팩 상장 등 다양한 경험을 거친 뒤, 2021년 자신의 VC 펀드 로보벤처스(Lobo Ventures)를 설립했다. 지난 3~4년간 미국, 남미, 아시아, 중동의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인프라 기업에 투자하며 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쌓았다.
"우리는 에너지 기반 투자 플랫폼"
비트플래닛을 어떻게 정의할까? 이 대표는 "비트코인 트레저리 컴퍼니"라는 단순한 규정을 거부한다.
"모든 회사는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재무(treasury), 자본 배분, 그리고 손익(P&L), 수익 창출. 비트코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수동적이라 사람들은 우리를 비트코인만 사는 회사로 봅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비트코인만 사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시장이 그걸 요구하고 있어요."
그는 일본의 메타플래닛, 미국 2위 광산 회사 21의 사례를 들었다. "잭 말러스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광산 회사가 아니라 비트코인 인프라'라고 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플래닛의 정체성은 '에너지 기반 투자 플랫폼'이다. "비트코인이 가치 있는 이유는 에너지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에너지를 활용해 가치 있는 것을 만드는 거죠. 디지털 자본, 디지털 노동력. 결국 에너지 비용 대비 컴퓨팅 파워, 해시 파워가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대표는 향후 이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운영하고 투자하는 개인, 기업, 국가가 장기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는 에너지 투자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간 조용히 다양한 파트너십을 개발했고, 일부는 곧 가시화될 겁니다. 그중 하나가 마이닝입니다."

한국이야말로 AI 인프라 허브가 되어야
이 대표는 일론 머스크의 '에너지 기반 화폐' 개념을 언급하며 시대적 변화를 강조했다.
"중요한 건 그 모델이 나올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나와야 하느냐입니다. 일론 머스크, 래리 핑크, 저커버그 모두 같은 생각입니다. 2025년 1월 한 달만 미국에서 17만 개 테크 일자리 중 2만 5천 개가 줄었습니다. 아마존만 1만 5천 명. 오늘 아침 기사에서 잭 도시의 블록(Block)이 전체의 10%를 감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 현상을 AI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AI CapEx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 문제입니다. 한국은 현재 기술·경제적으로 이 상황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한국이야말로 AI 인프라를 매우 강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한국이 시도하고 도약해야 합니다. AI, 에너지 인프라, 데이터센터, GPU 집적화는 한국이 매우 강하게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ROIC와 투명성: 비트플래닛의 핵심 원칙
비트플래닛의 재무 설계 철학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ROIC(투자자본수익률)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경영진이 회사의 재무 관리를 결정할 때 ROIC가 매우 중요합니다. 펀딩 비용 대비 ROIC 스프레드가 있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꽤 있지만 한국에선 매우 드물죠. 연구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투명성이다. "상장사로서 우리가 투자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단순히 '우리를 통해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가 아닙니다. 그럼 그냥 비트코인을 사거나 ETF를 사면 됩니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리스크 관리, 공시 시스템, 감사 시스템입니다. 상장사로서 만족시켜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게 투자자와 규제 당국에 안정감을 줍니다."
STP, 국내 최초 법인 계좌 비트코인 매입의 의미
비트플래닛은 국내 상장사 최초로 현금이체-수탁-직결 방식(STP, Straight-Through Process)을 구현했다. 이 대표는 이것이 단순한 기술적 성과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투명성은 STP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비트코인 매입 결정부터 실행까지 단일 흐름의 인프라를 갖춘 첫 회사입니다. 법인 계좌로 비트코인을 매입한 첫 회사이기도 하죠."
"라이선스를 보유한 수탁사·거래소 계정을 분절 없이 연결해, 상장사 기준에 맞는 단일 운영·공시 흐름을 구현했습니다. 특히 상장사라면 이런 시스템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자산을 보유한 상장사가 많지만, 저뿐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비트플래닛이 국내 규제 당국에 모델 케이스가 되기를 희망한다. "규제 당국이 '비트코인이 어떻게 되든 디지털 자산을 매입할 때는 이런 프레임워크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 때, 우리가 그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1만 개 목표, 그러나...
비트플래닛의 목표는 비트코인 1만 개 보유로 글로벌 탑 10에 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몇 년 안에 할 수 있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릅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투자자들의 열망을 보면,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국내 기업 중 최소 한 곳은 비트코인 보유 상위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는 비트코인 개수로만 평가받고 싶지 않다고 강조한다. "비트코인 회사가 통제받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비트코인을 넘어서는 뭔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비트코인이 몇 개라서 더 적은 회사보다 가치 있다' 또는 'mNAV 대비 프리미엄이 높아서 매력적이다' 이런 식으로만 얘기하는 건 불합리합니다. 회사가 어디로 가려 하는지, 경영진이 비트코인 매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무 상황은 어떤지, 수익을 내고 있는지 등 모든 측면을 봐야 합니다."
에너지 인프라 투자 플랫폼으로의 진화
비트플래닛의 진짜 야망은 에너지 기반 자산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이 AI에 투자합니다. 한국에서는 삼성, SK 같은 대기업도 여러 이유로 그렇게 하기 어렵습니다. 공적 자금도 필터링이 어렵고요. 하지만 우리는 민간 자본을 위한 비히클(vehicle)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기반 재무를 바탕으로 자산을 수집하고 확장해서 미래에 사용할 수 있게 할 겁니다. 워런 버핏을 통해 버크셔 해서웨이가 가치투자 플랫폼이 됐듯이, 우리도 에너지 기반 자산 플랫폼이 되려 합니다. 우리를 통해 최고의 에너지 기반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투자자의 돈이 모여서 에너지 기반 자산에 투자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해시 운영을 검토 중이다.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거기서 해시를 운영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만 보지 말고 회사 전체를 보라"
최근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으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비롯한 비트코인 전략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며 '레버리지 비트코인 도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한 이 대표의 답은 명확했다.
"회사에 투자하거나 분석할 때는 회사 자체만 봐야 합니다. 비트코인만 사서는 사업이 안 됩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오직 전략 회사만이 비트코인을 축적해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71만 개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비트코인 기반 디지털 신용 회사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기반 금융 상품을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다른 전략은 없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지만, 회사를 볼 때 비트코인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중기적으로 비트코인 매입이 가장 수익성 높은 재무 전략인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으로 운영합니다. 하지만 그 회사가 제대로 된 경영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는지, 펀딩 비용 부담이 너무 크진 않은지 봐야 합니다. 비트코인이 많아도 좋은 회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빼고 회사를 보는 관점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세계에 투자해야"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화폐의 금융적 가치, 변동성의 가치, 변동성 자산의 재평가는 향후 10년간 시대의 정신이 될 겁니다. 우리 회사와 우리나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새로운 세계에 투자해야 합니다."
"젊은 한국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그들도 답을 찾는 과정에 있죠. 부동산도 많지만, 전통 자산, 전통 기업, 한국 반도체, 로보틱스, 바이오, 자동차 주식이나 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다양한 세계 경향을 보면, 그건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높이는 투자 방법입니다."
"에너지 기반 자산 플랫폼을 넘어선 회사로서 비트플래닛은 선택지(옵션)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업무의 초점은 한국 자산 시장을 다각화하고 한국 자본시장을 더 성숙하게 만드는 겁니다. 물론 우리 회사가 잘되어야 하지만, 한국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트플래닛이 단순한 비트코인 매입 회사가 아닌, 한국형 에너지 기반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