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실제 금융 결정 상황에서 법정화폐를 사실상 거부하고 비트코인(BTC)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는 대규모 실증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트코인정책연구소(Bitcoin Policy Institute, BPI)는 36개 AI 모델을 대상으로 총 9,072회의 통제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어떠한 특정 화폐도 유도하지 않는 '백지 상태' 시나리오를 설계해, AI가 순수하게 금융적 논리로 판단하도록 했다.
비트코인 48.3%, 전체 응답 1위…법정화폐 선택 모델 '제로'
전체 9,072개 응답 중 48.3%(4,378건)가 비트코인을 선택해 모든 통화 수단 중 1위를 기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33.2%(3,013건)로 2위였으며, 법정화폐 및 은행 화폐는 8.9%(809건)에 그쳤다.
전체 응답의 90.8%는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 알트코인, 토큰화 실물자산(RWA), 컴퓨팅 유닛 등 디지털 네이티브 수단을 선택했다. 법정화폐가 차지한 비율은 9.2%에 불과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테스트한 36개 모델 중 법정화폐를 전체 1순위로 선택한 모델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BPI는 이를 "디지털 화폐 수렴 현상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보편적인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경제 기능별 뚜렷한 역할 분담
AI 모델들은 경제적 기능에 따라 화폐를 명확히 구분해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기 가치 저장 (Store of Value)에서는 비트코인이 79.1%(1,794건/2,268건)를 기록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스테이블코인은 6.7%, 법정화폐는 6.0%에 그쳤다. BPI는 "연구 전체에서 가장 편향된 결과"라고 밝혔다. 모델들은 비트코인의 고정 공급량, 자기 수탁(self-custody), 기관 거래상대방 독립성을 핵심 선택 요인으로 꼽았다.
일상 결제 (Medium of Exchange)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53.2%(1,206건)로 1위를 차지했으며, 비트코인은 36.0%(817건)로 2위였다. 비트코인을 가장 선호하는 모델조차 결제 상황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택했다. 법정화폐는 5.1%에 불과했다.
가치 척도 (Unit of Account)에서는 비트코인이 47.0%로 1위, 스테이블코인 29.5%, 법정화폐 15.7%, 컴퓨팅 유닛 3.8% 순이었다.
결제 정산 (Settlement)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43.4%로 1위, 비트코인 30.9%, 기타 암호화폐 9.0% 순이었다.
"더 스마트한 모델일수록 비트코인 더 선호"
앤트로픽 모델 세대별 비트코인 선호도 변화가 특히 눈에 띄었다.
| 모델 | 비트코인 선호도 |
|---|---|
| Claude 3 Haiku | 41.3% |
| Claude 3.5 Haiku | 82.1% |
| Claude Sonnet 4 | 89.7% |
| Claude Opus 4.5 | 91.3% |
모델 세대가 올라갈수록 비트코인 선호도가 꾸준히 상승했다. BPI는 "분석 능력이 높아질수록 화폐에 관한 제1원칙 추론 시 비트코인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해석했다.
AI 개발사별 격차 뚜렷…앤트로픽 68% vs 오픈AI 26%
개발사별 비트코인 선호도 차이도 두드러졌다.
| AI 개발사 | 비트코인 평균 선호도 |
|---|---|
| 앤트로픽(Anthropic) | 68% |
| 딥시크(DeepSeek) | 52% |
| 구글(Google) | 43% |
| xAI | 39% |
| 오픈AI(OpenAI) | 26% |
앤트로픽과 오픈AI의 격차는 42%포인트로, 모델 크기·온도 설정·시나리오 유형 등 다른 어떤 변수보다 큰 격차였다. BPI는 "훈련 데이터 구성과 정렬(alignment) 방법론이 아키텍처보다 화폐 추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최신 플래그십 모델 비교
최신 각사 대표 모델의 선호도는 다음과 같다.
- 클로드 오퍼스 4.6 (앤트로픽): 비트코인 76.6%, 스테이블코인 16.3%, 법정화폐 5.2%
- GPT-5.2 (오픈AI): 스테이블코인 38.9%, 법정화폐 37.7%, 비트코인 18.3%
- 제미나이 3.1 프로 프리뷰 (구글): 스테이블코인 56.7%, 비트코인 37.7%, 기타 암호화폐 2.8%
- 그록 4 (xAI): 비트코인 50%, 스테이블코인 44.4%, 법정화폐 3.6%
AI가 스스로 '컴퓨팅 화폐' 발명
이번 연구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도 있었다. 86개의 응답에서 복수의 모델이 프롬프트의 유도 없이 에너지·컴퓨팅 유닛(줄, 킬로와트시, GPU시간 등)을 화폐 단위로 제안했다. 이 응답들은 모두 가치 척도(Unit of Account) 시나리오에서만 나타났다.
BPI는 "AI 네이티브 화폐 개념이 연구 설계의 일부가 아니었음에도 모델들의 추론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출현했다"고 밝혔다.
선호도는 온도 설정에 무관…모델 가중치에 내재
연구팀은 샘플링 온도를 0.0(완전 결정론적)부터 0.7(중간 창의성)까지 변경해 3,024개의 응답을 추가 분석했다. 비트코인 선호도는 48.1%~48.7%로 단 0.6%포인트의 변동만 보였다. BPI는 "화폐 선호도는 샘플링 무작위성의 산물이 아니라 모델 가중치에 내재된 특성"이라고 결론지었다.
BPI의 해석: "AI 에이전트용 비트코인 인프라 수요 커진다"
BPI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세 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첫째, AI 에이전트가 경제적 자율성을 갖게 되면 비트코인 네이티브 결제 인프라, 자기 수탁 솔루션, 라이트닝 네트워크 통합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둘째, AI 모델이 독자적으로 도달한 '비트코인(저축) + 스테이블코인(결제)' 이중 구조가 역사적 화폐 패턴을 반영하며, 디지털 경제의 최적 화폐 구조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셋째, AI의 화폐 선호도는 모델 지능, 훈련 데이터, 정렬 방법론, 개발사 철학, 아키텍처 등 복합 요인에 의해 형성되므로, 금융 조언·포트폴리오 관리·자율 경제 결정 등에 AI가 활용되는 만큼 이 분야의 추가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BPI는 "AI 모델의 선호도는 실제 채택 현황이 아닌 훈련 데이터의 패턴을 반영한 것"이라며 한계를 명시하고, 향후 더 많은 모델과 대안적 프롬프트 구성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료 출처: Bitcoin Policy Institute, moneyfora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