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유동성 격차, 시장조성으로 좁힐까?…비트플래닛(Bitplanet), 참여 유인·이해상충 통제 제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유동성 격차를 줄이려면 시장조성 제도 도입과 함께 사업자의 참여 유인, 이해상충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트플래닛(Bitplanet) 리서치랩은 10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원화 거래소 4곳의 공통 상장 종목을 조사한 결과, 거래가 부진한 종목군에서 매수·매도 호가 차이인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졌다고 밝혔다. 전담 유동성 공급자를 허용하더라도 실제 주문 체결과 비용 보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시장조성은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투자자의 거래 상대방이 되는 활동이다. 보고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 28일 관련 제도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언론 보도를 논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다만 정책 검토와 상시적인 양방향 호가 공급 허용은 구분해야 한다고 짚었다. 보고서가 검토한 민병덕 의원 발의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의 한시적 예외 조항만으로 상시 영업이 자동 허용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분석 대상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공통 상장된 108개 종목이다. 연구진은 2026년 10월 13일 낮 12시 14분부터 약 15분 동안 공개 API를 통해 30초 간격으로 총 30회 데이터를 수집했다. 각 종목의 관측치 중앙값을 구한 뒤 종목군별 중앙값을 산출했으며, 거래대금 순위는 관측 시작 시점의 업비트 24시간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나눴다.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의 스프레드 중앙값은 거래소 4곳 모두 20bp, 즉 0.2% 미만이었다. 반면 하위 58개 종목에서는 업비트 36.5bp, 빗썸 40.5bp에 비해 코인원은 317.5bp, 코빗은 1,374.5bp로 격차가 컸다. 전체 분석 대상 가운데 호가 차이가 100bp, 즉 1% 이상인 종목 비율도 업비트는 0.9%였지만 코빗은 76.9%에 달했다. 같은 자산이라도 거래 장소에 따라 즉시 매매할 때 마주하는 가격 조건이 상당히 달랐다는 의미다.
비트플래닛은 이번 관측 결과에 대해 특정 시간대의 공통 상장 종목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라는 한계를 명시했다. 이를 다른 시간대나 비공통 종목까지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되며, 거래소 간 유동성 차이를 시장조성자 부재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고 봤다. 이용자 규모와 주문 흐름, 수수료 체계, 입출금 제약 등을 함께 살펴야 제도 도입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가 간격 축소가 거래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의 가정 계산으로 제시했다. 중간가격으로 평가한 100만 원어치 수량을 스프레드 1%인 상황에서 최우선 매도호가로 즉시 매수하면 중간가격 대비 편도 가격차 비용은 5,000원이다. 호가 차이가 상대적으로 10%, 30%, 50% 줄어들면 이 비용은 각각 4,500원, 3,500원, 2,500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중간가격이 일정하고 전량이 최우선 호가에 체결된다는 가정으로, 수수료와 추가 가격충격은 제외했다. 실제 체결 비용이나 정책 효과를 예측한 수치는 아니다.
사업자의 참여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은 ‘수익성’이다. 호가 차이가 크더라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을 실현할 수 없고, 보유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은 남는다. 보고서는 거래소가 지급하는 보수와 수수료 감면이 재고·헤지·운용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위탁 계약에는 거래소·발행인·시장조성자 중 누가 손실을 부담하는지 명시하고, 보수 지급 조건과 호가 유지 의무도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 사례에서는 유동성 공급 확대와 이해상충 관리가 함께 다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가상자산시장법(MiCA)은 거래소 운영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자기계정으로 직접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외부 사업자의 참여를 허용한 데 이어 2026년 2월 계열 시장조성자의 참여도 조건부로 일부 허용했다. 이때 기능적 독립성, 정보 차단, 동일 가격에서 고객 주문 우선 체결, 별도 계정 식별 등을 통제 요건으로 제시했다.
성과 관리 역시 단순한 호가 건수보다 ‘실제 체결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보고서는 종목별 거래량과 변동성에 따라 스프레드 상한, 최소 호가 수량, 호가 유지 시간 비율을 달리 설정하고 급변동 시 의무 완화 기준을 정할 것을 제안했다. 적용 종목과 미적용 종목을 비교해 거래량·변동성·슬리피지 변화를 분기별로 측정해야 개선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비트플래닛은 시장조성 제도의 우선 도입 방식으로 수수료와 보수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독립 외부 사업자 위탁’을 권고했다. 중소형 거래소의 유동성을 개선하려면 스프레드가 넓은 종목에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보상과 호가 의무를 설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최종 평가 기준은 투자자가 실제로 체결할 수 있는 수량과 거래비용 감소 효과다. 발행기관은 비트코인(BTC)을 재무자산으로 보유하고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제 선정과 해석에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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