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단기간에 종식시키겠다고 밝힌 공약과는 달리, 실제로는 전쟁 강도가 더 격화된 셈이다.
영국 BBC 방송은 8월 5일(현지시간), 자사 검증 부서인 ‘BBC 검증(Verify)’의 분석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이 발표한 일일전투 보고서를 토대로 러시아의 공습 횟수를 집계한 결과, 올해 1월 20일부터 7월 19일까지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은 총 2만7천158기로 나타났다. 이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 6개월 동안 발사된 1만1천614기보다 2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공습 강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전부터 이미 상승 추세였지만, 그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부터 러시아의 공격 빈도는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취임한 이후에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한 미사일·드론 공격의 강도가 전쟁 발발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정치 전문가들은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 변화가 러시아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크리스 쿤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보류한 결정을 언급하며, 이 같은 움직임이 러시아에 공세 강화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약점으로 간주해 폭격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러시아는 무기 생산력도 크게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군사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무기 지원이 불확실해진 틈을 타 러시아는 자체 무기 비축을 확대해 공습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현재 러시아가 매달 최대 85기의 탄도미사일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4월 당시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미카제 드론(자살드론)’ 제작 역시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남부 알라부가 지역에 조성된 드론 생산 시설은 하루 최대 170기의 드론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으며 새 창고와 기숙사 등도 확장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러시아의 공습이 단기간에 잦아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미국 정부의 지원 기조에 따라 전황은 좌우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러시아의 공세 강도가 오히려 상반기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쿤스 의원은 “평화를 위해서는 일관된 안보 지원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명확한 대외정책 방향을 조속히 제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