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2028년부터 이를 활용한 칩 생산에 나서겠다는 목표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지면서,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극자외선 노광장비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로, 현재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EUV는 기존보다 훨씬 세밀하고 미세한 회로 패턴을 구현할 수 있어 7나노미터(㎚) 이하급 첨단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ASML은 2001년 시제품 제작에 성공한 뒤, 2019년에 이르러서야 상업용 칩 생산을 위한 기술 완성에 성공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다.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선전 지역에 위치한 한 비밀 연구시설에서 이미 시제품을 개발해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비는 아직 실제 칩을 만들 수 있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극자외선 생성에는 성공한 단계로 평가된다. 다만 정밀한 광학 기술 등에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제품 개발에는 과거 ASML에서 일했던 고연봉 기술자들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ASML 장비를 분해하고 분석하면서 기능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했다고 한다. 중국은 또, 중고 장비나 부품 확보를 위해 제3국 유통망과 중개업체를 활용해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을 목표로 했던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될 만큼, 중국 정부의 역량이 집중된 사업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기술 자립은 중국의 핵심 정치·경제 전략 중 하나로, 외국산 장비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시도로 풀이된다. 특히 화웨이가 전국 엔지니어 조직과 국영 연구소들을 조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관 협력이 유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기술 봉쇄 전략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단기간 내 상업화가 어렵다는 전망도 있지만, 기존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았던 개발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