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영화, '민국' 표현 때문에 홍콩서 상영 취소…정치 검열 논란

대만과 중국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한 편이 홍콩에서 검열 문제로 상영이 돌연 취소됐다.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수상한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8월 5일, 홍콩국제영화제협회(HKIFFS)는 ‘여름 국제영화제’에서 상영 예정이던 대만 영화 ‘패밀리 매터즈(원제: 我家的事, 영문 제목: Family Matters)’의 상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협회 측은 해당 영화가 홍콩 당국의 영화·신문·출판물 검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는 사실상 검열 문제가 원인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영화 배급사는 6일 성명을 내고, 검열의 핵심은 영화 속 대사에 포함된 ‘민국(民國)’이라는 단어였다고 설명했다. ‘민국’은 ‘중화민국’의 약칭으로, 대만이 스스로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근거로,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도록 외교적 압박을 지속해 왔다. 이 원칙에 따라 국제 행사에서는 ‘대만’이나 ‘중화민국’ 대신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지난해 대만에서 취임한 라이칭더 총통이 공개적으로 대만을 주권국가로 규정하며 독립적 입장을 강화한 이후, 양안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번 상영 취소도 이와 같은 정치적 긴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해당 영화의 주연 배우 란웨이화가 최근 대만 정부가 제작지원을 한 TV 드라마 ‘제로 데이 어택’에 출연했는데, 이 드라마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다룬 내용을 담고 있어 정치적 민감성을 더욱 자극했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홍콩 내에서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2020년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도입한 이후, 문화 콘텐츠와 언론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강화됐다는 평이 많다. 실제로 2021년 이후 홍콩에서 최소 7편 이상의 대만 영화가 상영이 무산된 전례가 있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룬 영화나 학내 행사도 자주 당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패밀리 매터즈’와 같은 작품은 단지 예술 작품을 넘어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작품은 미국 뉴욕의 아시아 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상을 받는 등 작품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았지만, 정치적 검열 앞에서는 상영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치적 민감성이 반영된 문화 콘텐츠의 홍콩 내 상영에 더욱 큰 제약이 가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