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원유 수출 항로에서 전쟁위험 보험료가 선박가치의 최대 7%까지 오르며 우회 수출 비용이 커졌다. 동서 송유관은 재가동됐지만 24일 기준 홍해 연안 얀부항의 유조선 선적 재개는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얀부항에 기항하는 사우디 원유 운반 유조선의 보험료가 선박가치의 약 3%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7월 초 1% 미만에서 약 세 배 상승한 수치다. 얀부 남쪽 지잔항의 보험료는 최대 7%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 비용인 6~9%에 근접했다.
사우디는 이란의 수출 차질로 호르무즈 해협 운송이 어려워지자 동서 송유관을 통해 하루 약 400만 배럴의 원유를 걸프 지역에서 홍해의 얀부항으로 옮겨왔다. 로이터가 제시한 세계 공급량의 약 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동서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보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수출할 수 있게 하는 수송로다. 통상 이 같은 우회로는 해상 운송 거리와 항로 위험, 선박 보험 조건에 따라 최종 운송 비용이 달라진다.
송유관은 9월 11일 드론 공격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 사우디는 22일 송유관을 다시 가동했지만, 동서 송유관 재가동 뒤에도 초기 유량과 얀부항 수출 정상화 시점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위성사진과 선박 데이터에서는 송유관을 통한 물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압력 시험과 원유 축적에 시간이 필요해 정상 용량 회복까지 최대 6~8주가 걸릴 수 있다는 업계 분석이 나왔다.
홍해 항로의 위험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위협에서 비롯됐다. AP통신은 후티 반군이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의 섬과 항구에 대한 통제력을 넓히면서 사우디 원유 수출 경로에 압박이 커졌다고 전했다. 후티 측이 주장한 공격 내용은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보험료 상승은 단순한 운송비 증가를 넘어 원유 수출 경로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선박 운영자는 운임뿐 아니라 항로별 전쟁위험 보험료와 군사적 보호 수준, 항구 접근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팡카즈 칸나(Pankaj Khanna) 헤이드마 마리타임 홀딩스 CEO는 “호르무즈 해협에는 미국의 지원이 일부 제공되고 있어 현재는 호르무즈 운송이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해와 호르무즈의 위험도가 다르게 평가되면서 보험료가 항로별로 갈리는 상황이다.
사우디는 얀부 선적이 지연되는 동안 걸프 지역 라스 타누라항에서 원유를 선적하는 방안도 병행했다. 9월과 10월 선적분 가운데 약 6000만 배럴이 라스 타누라에서 판매됐고, 일부 유럽 장기계약 고객은 10월 사우디산 원유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내용은 업계 관계자 발언에 근거한 것으로,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공식 확인은 나오지 않았다. 라스 타누라를 통한 선적이 늘면 홍해 항로의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와 보험료 문제는 남는다.
국제 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와 수출 정상화 기대 사이에서 움직였다. AP통신은 송유관 공격 직후 브렌트유가 배럴당 109달러까지 오르고 하루 상승률이 2%를 넘었다고 전했다.
반면 로이터는 송유관 재가동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 가능성이 전해진 뒤 브렌트유가 배럴당 97달러 안팎으로 2달러 이상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공급 차질 우려와 수출 정상화 기대가 번갈아 반영된 셈이다.
앞서 본지는 홍해 항로 위험이 원유 운송비와 전쟁위험 보험료를 함께 끌어올리는 구조를 보도했다. 보험료 재산정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컨테이너 화물의 운송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확인된 핵심은 송유관 재가동 자체보다 얀부항의 실제 선적 재개 시점과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의 보험료다. 송유관 물량이 회복되더라도 홍해 항로의 군사적 위험이 이어지면 사우디는 호르무즈와 홍해 양쪽에서 높은 보험료와 운송 불확실성을 부담하게 된다.

최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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