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무역 긴장 속 인플레 둔화…美 증시 혼조 장세

미국 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강경 발언과 인플레이션 둔화가 동시에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5월 30일(현지시간) S&P500 지수는 장 후반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며 0.1% 미만 하락한 수준에서 장을 마쳤고, 나스닥은 0.3%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0.1% 소폭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요소는 두 가지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중국을 겨냥한 강경한 무역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중 갈등 재점화 우려가 확산됐다. 특히 트럼프는 중국이 “무역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공개 발언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이런 발언은 최근 완화된 분위기를 긴장으로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의 4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되며 인플레이션 완화 신호가 나타났다. 이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을 부추기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의 하락을 일부 제한했다. 실제로 이번 달 S&P500과 나스닥은 2023년 이후 가장 강한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리제너론 파마슈티컬스(REGN)가 시장 최대 하락 종목으로 주목됐다. 이 회사와 사노피가 공동 개발 중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가 3상 시험에서 주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주가는 19% 폭락했다. 사노피는 미 증시에 상장된 주식 기준으로 5.7% 하락했다.

콘택트렌즈 제조사 쿠퍼(Companies)는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연간 성장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는 15% 밀렸다. 이에 대해 JP모건은 종목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성장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동시에 자외선 필름과 접착제 등을 개발하는 이스트만 케미컬(EMN) 주가도 3.8% 떨어졌다. 미 에너지부가 롱뷰 지역에서 추진하던 분자 재활용 프로젝트에 대한 3억7,500만 달러(약 54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철회한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코스트코(COST)는 매출과 순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고 기존점포 매출도 기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3.1%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트코의 고수익 멤버십 수익 구조가 관세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인 종목은 울타 뷰티(ULTA)였다. 자사분기 실적이 매출과 순익 모두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고,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하면서 주가는 12% 급등했다. 울타 CEO는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과 향수 판매 호조가 실적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날 장에서는 팔란티어(PLTR)도 7.7% 치솟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팔란티어의 정부 데이터 통합 역할을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국방부와의 협업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해당 기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공기관 계약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태양광 인버터 제조사 엔페이즈 에너지(ENPH) 역시 5.5% 상승했다. 최근 하원에서 친환경 에너지 세액 공제 축소 법안이 통과되면서 일시적 타격을 겪었으나, 이날은 기술주 전반의 반등세를 타고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인플레이션 지표가 엇갈린 영향을 미치며, 주요 지수들은 하루 동안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다가오는 연준의 금리 방향성과 미중 간 외교 마찰이 향후 증시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