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거(KR)가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이익을 기록했지만, 매출은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렀다. 엄중한 경기 여건 속에서도 예상보다 탄탄한 수익성을 입증했지만, 매출 감소세는 소비 심리 위축과 소매 시장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회사는 지난 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49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1.45달러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반면 매출은 451억 2,000만 달러(약 64조 5,000억 원)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하며,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452억 1,000만 달러엔 못 미쳤다. 연료 판매를 제외한 기존점포 매출은 3.2% 증가해 전망치였던 2.3%를 상회했다.
크로거의 데이비드 케너리(CFO)는 "매출과 이익 모두 기대치를 넘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경기환경이 이어지고 있어 전체적인 연간 가이던스는 기존의 수준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다만, 연료를 제외한 동일점 매출 성장률 전망은 기존 2~3%에서 2.25~3.25%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실적 보고는 CEO였던 로드니 맥멀런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이뤄진 두 번째 발표이기도 하다. 맥멀런은 이전 분기 실적 발표 직전 회사의 비위 의혹에 대한 내부 조사가 진행된 후 물러났다. 후임 CEO 선임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이번에도 없었다.
한편, 크로거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큰 변동 없이 보합권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약 7% 상승한 상태다. 크로거는 최근 앨버트슨스(ACI)와의 합병이 미 법원에 의해 무산된 뒤 각종 법적 공방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며, 이번 실적은 그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정기 보고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크로거는 최근 수익성 방어에 힘쓰며 비용을 철저히 관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소비자 지출 둔화와 경쟁 격화, 리더십 공백 등 여러 리스크가 풀리지 않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 흐름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