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증시에서는 개별 기업의 주가가 하루 만에 급등하거나 급락하면서 시가총액 1천억 달러(약 143조 원) 이상이 오간 사례가 119차례에 이르렀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단기 변동성으로, 금융시장의 거래 방식 변화와 일부 대형 기술주의 비중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0월 2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하루 단위의 급격한 시가총액 변화는 전년 대비 1.4배 증가한 수치로, 팬데믹 이후 증시가 급락했던 2022년의 3.6배에 달한다. 특히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시가총액이 수 조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기술주가 이와 같은 급등·급락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올해 들어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조3천억 달러에서 5조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4조 달러를 넘보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처럼 특정 종목의 하루 변동폭이 커진 원인으로는 파생상품 거래 확대와 더불어 퀀트 트레이딩(수학적 모델에 의해 자동으로 매매하는 전략), 초단기 옵션 거래, 그리고 개별 종목의 상승률을 2배·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활용이 지목된다. 특히 일부 개인 투자자와 헤지펀드들이 기업 실적 발표나 주요 경제 지표 발표 시점을 이용해 초단기 수익을 노리는 '베팅성 거래'를 더욱 늘리면서, 해당 종목들의 단기 가격 변동성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눈에 띄게 확대된 반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 전반의 심리 지표로 활용되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 3분기 동안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개별 주식끼리의 움직임이 서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태, 즉 종목 간 상관관계가 낮은 수준으로 억제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함께 제시됐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격한 종목별 흐름이 향후 시장 전반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UBS의 주식 파생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 전체가 열기 속에 동시에 상승세를 탈 경우, 돌발 변수 하나만으로 대규모 포지션 청산이 동시에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개별 종목에 대한 쏠림이 증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자칫하면 시장 전반의 극단적인 급락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초대형 기술주에 대한 투자 비중이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단기 수익을 노린 고위험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시장 구조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경기 지표나 실적 발표와 맞물린 개별 변동성은 크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동시에 이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감시와 대응 필요성도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