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주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그와 관련된 소송이 증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공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기업의 공시 책임 범위를 명확히 좁히는 결정이라 증권시장 내 정보 공시 관련 해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A사 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심과 2심은 A사가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했으나, 대법원은 이에 제동을 걸었다.
사건의 발단은 2014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A사는 자사 소유의 공장용지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두 건의 임의경매개시 결정을 통보받는다. 당시 경영난을 겪고 있던 A사는 이듬해 1월 관련 내용을 공시한 뒤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해당 공시가 늦게 이뤄져 투자 손실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될 경우, 즉시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의 핵심은 ‘소송’이라는 용어 해석에 있다. 대법원은 단순히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소송이라고 해서 모두 증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산 경매는 증권과 직접 연관된 사안이 아니므로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또한 “중대한 영향”이라는 표현이 정형화된 개념이 아니며,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 모든 소송에 대해 공시한다면 법 취지가 훼손되고, 과잉 공시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봤다. 이는 자율공시와 수시공시 체계를 이중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제도의 기본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이 같은 판결은 향후 기업들이 공시 무렵에 놓인 법률적 리스크를 판단할 때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게끔 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지나친 공시 의무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경영상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선 정보 비대칭 우려가 커질 수 있어, 향후 보완책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