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6일 반도체주 급등에 힘입어 종가 기준 처음으로 8,000선을 넘어서며 한국 증시가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9.80포인트(2.55%) 오른 8,047.51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8,131.15까지 오르며 상승폭을 더 키웠다. 지난 6일 처음 7,000선을 돌파한 뒤 15일 장중 8,000선까지 찍고도 종가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조정을 거쳐 다시 반등하면서 사흘 연속 상승 끝에 마침내 8,000선을 종가로 돌파했다. 지수 상승과 함께 시가총액도 빠르게 불어 장 마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6천581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집계로는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이 4조5천440억달러(약 6천835조원)로 세계 7위에 올라, 캐나다와 영국을 앞섰고 6위 인도도 바짝 추격하는 수준이 됐다.
이번 급등의 중심에는 반도체주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30만원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는 5.72% 오르며 처음으로 200만원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상승률은 각각 35.6%, 59.6%에 달한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78%로 절반에 육박했고,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44.3%를 차지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의 역할이 컸다. 외국인은 장 초반 한때 5천억원대 순매수로 돌아서는 듯했지만 장 막판 매도 우위로 전환해 1천840억원 순매도로 마감했다. 반면 기관은 9천103억원을 순매수했고, 이 가운데 전기·전자 업종만 1조1천445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냈다.
시장 분위기를 떠받친 대외 변수도 있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내린 점이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하락이 기업 비용 부담과 물가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는 나라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이 휴전 기간 60일 연장과 최종 합의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에 근접했다는 관측이 나오자, 간밤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6.51% 떨어진 90.31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증시는 메모리얼 데이로 휴장했지만, 직전 거래일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 나스닥지수가 모두 오른 점도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 국내 증시가 휴장한 전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87% 올라 65,000선을 처음 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급등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 개선 흐름, 이른바 이익 모멘텀을 근거로 코스피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와 내년 실적을 반영하면 코스피가 10,4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고, 하나증권은 상단을 10,380포인트로, KB증권은 10,500포인트로 제시했다. 해외 투자은행인 제이피모건과 모건스탠리도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10,000포인트를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5월까지 코스피 상승률은 91%로 주요 20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2위 일본의 29%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상승 동력이 반도체 두 종목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의 43%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렸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키울 요인도 적지 않다. 27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가 출시될 예정인데, 이런 상품은 하루 단위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장 마감 무렵 기계적인 매매와 위험 회피 거래가 뒤따르기 쉬워 수급 흔들림을 키울 수 있다. 한국시간 28일 저녁 발표되는 미국 4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도 변수다. 앞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물가 불안이 다시 커진 만큼, 이번 수치까지 시장 전망을 웃돌면 금리 부담이 부각되며 조정 압력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코스피가 8,000선 위에 안착하고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반도체 중심 상승이 다른 업종과 코스닥으로 확산되는지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 증시가 단기 과열 논란 속에서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지, 아니면 업종 순환과 조정을 거치며 체력을 확인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