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재확산과 원/달러 환율 급등, 외국인 대규모 매도세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8,630대로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2.08포인트(1.84%) 내린 8,639.4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177.67포인트(2.02%) 하락한 8,623.82로 출발한 뒤 장 초반 한때 8,700선을 회복했지만, 오후 들어 다시 약세가 짙어지며 장중 8,577.30까지 밀렸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일부 유입되면서 낙폭을 다소 줄였지만, 지난달 28일 이후 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장 초반 1,530원을 넘긴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며, 장중 기준으로도 약 2개월 만에 1,530선을 웃돌았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해 국내 주식시장 매도를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9천88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1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지난달 7일부터 누적 순매도 규모는 66조9천50억원에 달한다. 이는 역대 10번째로 긴 연속 순매도 기록이자, 2020년 3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30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6년여 만의 최장 흐름이다. 특히 하루 순매도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반면 개인은 5조125억원, 기관은 1조8천124억원을 순매수해 낙폭을 일부 떠받쳤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689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현물과 선물의 대응이 엇갈렸다.
시장 불안을 키운 배경에는 해외 변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한 가운데 일제히 하락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쿠웨이트의 미 공군기지와 바레인의 미 해군 5함대 기지 등을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급격히 커졌다. 이런 상황은 국제 유가와 국채 금리를 동시에 밀어 올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전장보다 2.4% 오른 배럴당 96.02달러에 마감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4.5%를 넘어섰다. 여기에 미국의 5월 민간 고용이 12만2천명 늘어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면서, 미국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경계심도 강해졌다. 증시에는 금리 상승과 유가 상승이 모두 부담이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고, 원자재 가격 부담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지난 2일 한국에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한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해석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직전 거래일 처음으로 37만원을 넘겼던 삼성전자는 2.50% 내리며 35만원대로 밀렸고, SK하이닉스도 2.63% 하락해 220만원대로 내려왔다. 이번 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방한을 앞두고 기대감으로 올랐던 LG전자는 16.43% 급락했고, 현대차(-3.98%), 네이버(-4.63%), 두산(-6.15%)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내렸다. 셀트리온(-1.45%), 삼성생명(-8.75%), 두산에너빌리티(-0.80%), 삼성바이오로직스(-1.24%)도 하락했다. 반면 SK스퀘어(1.11%), 삼성물산(10.20%), KB금융(4.85%)은 상승했고, 삼성중공업은 4조원대 수주 소식에 2.53% 올랐다. 업종별로는 통신(-7.45%), 정보기술(-6.42%), 아이티서비스(-5.35%)가 약세였고, 유통(7.49%), 의료정밀(6.36%), 건설(3.33%)은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은 코스피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23.70포인트(2.31%) 오른 1,049.73에 마감하며 6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지수는 1,032.91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넓혀 장중 한때 1,065.90까지 올랐다. 기관이 2천6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천634억원, 302억원 순매도했다. 장중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코스닥 담당자들과 시장 현황 및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이어진 정부의 코스닥 부양 기대가 다시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성엔지니어링(27.22%), 에코프로(0.94%), 코오롱티슈진(1.39%), 리노공업(7.33%), 삼천당제약(2.48%)은 올랐고, 에코프로비엠(-0.30%), 알테오젠(-2.94%), 레인보우로보틱스(-6.42%), 펩트론(-1.48%), 에이비엘바이오(-1.03%)는 내렸다. CJ ENM도 자회사 티빙의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고 영향으로 3.44% 하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46조8천340억원,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10조9천820억원이었고,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메인마켓 거래대금은 총 26조3천6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중동 정세, 미국 금리 전망, 환율 움직임, 그리고 외국인 수급 변화에 따라 국내 증시의 방향성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