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차세대 발전 기술로 꼽히는 핵융합 산업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세계 최초로 증시에 입성한 핵융합 기업의 주가가 상장 직후 이틀 연속 큰 폭으로 뛰었고, 지난해 전 세계 민간 핵융합 투자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기대가 한층 커진 모습이다.
15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투자한 캐나다 기업 제너럴퓨전은 기업인수목적회사, 이른바 스팩(SPAC)과의 합병을 거쳐 지난 13일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사 주가는 상장 첫날 합병 직전 마지막 거래 가격보다 20.2% 올랐고, 다음 날에도 25.1% 급등했다. 2002년 설립된 제너럴퓨전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 가운데 자기 가둠과 관성 가둠의 중간 형태로 분류되는 자화표적핵융합 기술을 앞세워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자본시장은 이 회사를 핵융합 산업의 대표적인 시험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투자 확대는 개별 상장 사례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핵융합산업협회(FIA)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56개 민간 핵융합 기업이 지난 한 해 유치한 투자금은 44억8천만달러, 우리 돈 약 6조7천억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었다. 2021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이며, 누적 투자액도 142억달러, 약 21조2천억원을 넘어섰다. 앤드루 홀랜드 FIA 최고경영자는 핵융합 산업이 상용화를 향한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의 장기 성장에 맞물린 새로운 전력원 수요가 이런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투자를 받은 TAE테크놀로지스도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과 60억달러, 약 9조원 규모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핵융합 기업의 증시 진입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금의 흐름은 이제 핵융합 설비 자체를 넘어 소재와 연료 공급망으로 퍼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관련 투자가 공급망 단계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커먼웰스퓨전시스템(CFS)은 최근 영국원자력공사(UKAEA)와 함께 2억2천만파운드, 약 4천393억원 규모의 시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상용로 내부 벽 소재에 강한 중성자를 쬐는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융합 연료인 삼중수소를 원자로 내부에서 자체 생산할 수 있는지 검증하려는 목적이다. 핵융합은 플라스마를 초고온 상태로 유지해 원자핵끼리 결합시키는 기술인데, 실제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반응을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문제뿐 아니라 재료와 연료 확보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기대만큼 넘어야 할 장벽도 여전히 크다. 전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확보 가능한 삼중수소 재고가 수십킬로그램 수준에 불과해 여러 기업이 동시에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면 연료 부족이 현실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도 핵융합이 아직은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본격적인 상용 발전은 2030년대 초반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지원 규모가 중국의 절반 수준에 그쳐 상당수 기업이 민간 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인공지능발 전력 수요 확대에 힘입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 산업의 성패는 실제 발전 효율과 연료 공급, 정부 지원 체계가 얼마나 빠르게 갖춰지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