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차별적 금융 관행에 강경 대응에 나선다. 트럼프 행정부가 준비 중인 새로운 행정명령이 은행들이 정치적 이유나 디지털 자산 관련 이유로 고객 계좌를 해지할 경우 고강도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암호화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은행들이 비트코인(BTC) 등 디지털 자산 기업을 차별적으로 배제하는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금융’ 강화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은행 규제 당국에 대해 평등신용기회법, 반독점법 및 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를 정밀 조사하도록 지시하고 있으며, 위반 시 금융 기관에는 벌금, 동의 명령(consent decree), 기타 규제 조치가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명령을 이번 주 내로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초크포인트 2.0(Operation Chokepoint 2.0)’과는 정반대 방향의 정책 전환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측은 “암호화폐 기업이 정치적 이유로 디뱅크(debank, 은행 서비스 철회)되는 것을 막겠다”며 금융 시스템 내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JPMorgan체이스는 지난 2023년 12월, 암호화폐 수입이 주수익원인 일부 고객의 계좌를 종료한 바 있다. 프랙스파이낸스(Frax Finance) 창업자 샘 카제미안 역시 “암호화폐 관련 자산만으로 수입을 올리는 고객은 차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고, 이와 유사한 사례는 케이틀린 롱(Caitlin Long) 커스토디아은행 CEO, 타일러 윙클보스(Tyler Winklevoss) 제미니 공동창업자, 찰리 슈렘(Charlie Shrem) 비트코인재단 인사 등에서 다수 목격됐다.
테슬라($TSLA)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지난해 11월, “바이든 행정부 아래 30명의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비밀리에 디뱅크됐다”는 증거를 X(구 트위터)를 통해 제시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트럼프 측은 이 같은 장면을 강조하며 “암호화폐는 새로운 산업을 이끄는 핵심 축이며, 차별은 규제란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은행업계는 이에 대해 자금세탁방지(AML)와 같은 법규 준수 차원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대변인은 “우리는 여러 규제 당국과 협의하며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구축을 위한 안을 지속 제시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금융 대기업들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거나 프로젝트에 투자하면서 암호화폐 산업에 접근하려 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는 ‘기회주의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암호화폐는 중앙통제 없는 자유로운 금융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전통 금융 시스템과는 본질적으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 시장을 중요한 정치・금융 이슈로 여기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는 곧 오는 대선에서 디지털 자산 정책이 주요 의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포한다. 암호화폐 업계는 기존 금융기관의 폐쇄성을 정부 차원의 규제로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