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세를 부과한 국가에 추가 관세를 경고한 배경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와의 비공식 회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한 유럽의 과세 정책이 점차 본격화되는 가운데, 행정부가 이를 외교·통상 이슈로 확대하려는 조짐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8월 28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저커버그 CEO가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눴고, 이 자리에서 유럽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추진 중인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Services Tax)가 미국 기술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디지털세를 걷는 국가들에 대해 강한 제재를 취할 수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디지털세’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벌어들인 수익 일부에 대해 현지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이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대상 기업은 대부분 미국에 본사를 둔 거대 기술기업들로, 대표적으로 메타,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이 이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반발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디지털세 도입은 미국 기술산업에 불공정하며 차별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런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해당 국가의 미국 수출품에 가파른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첨단기술과 반도체 수출 제한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미국식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같은 입장을 강화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백악관 내각 회의 자리에서도 메타의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직접 언급하고, 저커버그로부터 전달받은 자료까지 꺼내 보이며 양측 회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메타가 루이지애나주에 500억 달러 규모의 첨단 시설을 짓기로 한 사안을 아낌없이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 콘텐츠 정책 조정, 트럼프 인사 영입, 취임식 기부, 핵심 지역 부동산 매입 등으로 노골적인 친정부 행보를 이어왔으며, 지난주 백악관 회동에서는 유럽 규제당국의 빅테크 압박 문제와 AI 산업의 향후 방향도 논의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과 유럽 간 디지털 서비스 과세를 둘러싼 갈등이 점차 무역전쟁의 성격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천명하면서, 향후 G20 등을 통한 다자 협상이나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