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은평구에서 교제 중이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반성 여부와 범행 경위가 참작되긴 했지만, 범죄의 잔혹성과 중대성에 따라 원심 형량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지난달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42)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며, 1심 판결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범행이 분노나 갈등으로 설명될 수 없는 중대한 반인륜 범죄로, 피해자 유족이 여전히 용서를 거부하고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의 주요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했다. 당시 김씨는 금전 문제로 여자친구 A씨와 다투다 흉기를 들었고, 수차례 찔러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에 사용한 수단과 부위, 강도 등을 근거로 “범행 수법이 극히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양형에서 일부 유리한 요소도 고려했다. 김씨가 범행 뒤 스스로 경찰에 신고한 점,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 사전 계획 범죄로 보이지 않는 정황 등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폭력의 무게를 더 크게 평가했다.
김씨는 1심 판결 이후 형량이 과도하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이 형량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고, 양형이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교제 과정에서 발생한 극단적 범죄로, 가정 내·연인 간 폭력이 일반적인 사회문제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향후 재판부의 엄정한 처벌 기조가 지속될 경우, 유사 범죄에 대한 억제 효과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