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객을 대상으로 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범행에 사용된 불법 통신 장비를 확보하고도 뒤늦게 지문 감식을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에 대한 허술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10월 1일, 중국 국적의 피의자 A씨(48세)가 범행에 사용한 ‘펨토셀’(초소형 기지국) 등 불법 통신 장비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참관 위원이 장비에 대한 지문 감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고, 경찰은 검증을 마친 이후에야 감식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9월 16일, A씨가 평택항을 통해 들여온 범행 장비 20여 점을 압수했으나,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지문 감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이나 외부인의 손길이 닿아 관련 없는 지문이 남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범행 공범 등의 흔적이 훼손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판 과정에서 증거물의 관리와 감식 절차가 문제가 된다면, 사건의 실체 규명과 법적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장비의 민감한 특성을 고려해 지문 감식을 일부러 미뤘다는 입장이다. 수사 관계자는 “일부 장비는 미세 가루가 들어가면 내부에서 스파크가 튈 수 있어 감식 도중 파손될 우려가 있었다”며, “장비의 작동 원리 규명이 급했기 때문에 최대한 원형대로 보존하고 현장 검증 이후에 감식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식 시점이 늦어진 데 따른 범행 관련자 지문 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경찰은 현재 피의자 A씨와 공범인 B씨를 9월 25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이며, 사건의 핵심인 불법 통신 장비 ‘펨토셀’의 작동 방식과 소액결제 시스템 침해 경로에 대한 추가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 장비는 기존 통신사의 기지국 신호를 복제해, 이용자의 휴대전화를 조작하거나 통신 데이터를 가로채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사 절차상의 미비는 향후 디지털 범죄에 대한 대응 체계의 신뢰도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사이버 범죄 수사 전반에 걸친 증거 관리 표준 강화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전문 기술이 결합된 신종 범죄의 경우 실물 증거 확보 이후의 정밀 분석이 범죄 실체를 밝히는 핵심 열쇠인 만큼, 초기 대응의 정밀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