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1조달러 ‘저고도 항공’ 정복 예고… 하늘길 자율주행 본격 시동

테슬라(TSLA)가 아직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에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지지는 않았지만, 실리콘밸리 일각에선 이미 이 회사가 ‘저고도 경제’를 주도할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유명 애널리스트 애덤 조나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는 자율주행, 전기모터, 배터리, 로보틱스에 이르는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민간 및 군사용 저고도 항공 산업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고도 경제(Low-Altitude Economy)’란 지상 약 1마일(약 1.6km) 이내의 상공에서 벌어지는 상업활동을 뜻하는 신개념 영역으로, 헬리콥터나 드론이 일부 활약 중이지만 아직은 대부분 미활용 상태다. 향후 eVTOL(수직이착륙 전기 항공기) 개발이 본격화되면 물류, 관광, 도시 간 교통, 공공안전, 응급 구조 등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해당 시장의 총 주소가능 시장 평가액이 2040년에는 1조 달러(약 1,440조 원), 2050년에는 9조 달러(약 1경 2,9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 해당 시장의 가치를 2035년 기준 230억 달러(약 33조 1,200억 원)로 추정했다. 일단 2030년대 중반까지는 배터리 기술과 규모의 경제 확보가 숙제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으로는 아처 에비에이션(ACHR)과 조비 에비에이션(JOBY)이 있다. 아처는 방산업체 안두릴과 손잡고 군사용 eVTOL을 공동 개발 중이며, 조비는 여객용 에어택시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조나스는 이들 스타트업이 테슬라라는 강력한 도전자와 경쟁할 경우 우위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테슬라가 그동안 축적해 온 자율주행 노하우는 항공 자율기술에도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엘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실적 발표와 각종 인터뷰를 통해 도심항공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그는 자국의 드론 제조 역량 부족에 대해 “미국이 자체 드론을 만들지 못하면 제조 역량을 보유한 다른 나라의 속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는 저고도 항공 기술이 단순한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넘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나스는 테슬라가 저고도 항공 시장에서 1조 달러 규모의 점유율만 확보하더라도 주가 상승분으로 최소 100달러(약 14만 4,000원)에서 최대 1,000달러(약 144만 원)까지 추가 프리미엄이 붙을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테슬라는 이번 달 말 텍사스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곧 상용화될 테슬라의 사이버캡(Cybercab)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육상과 공중을 넘나드는 통합 모빌리티 혁신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