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크 산업의 구조조정이 2025년에도 이어지면서 실리콘밸리와 시애틀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 조치가 다시금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오라클(ORCL), 시스코(CSCO), 클라비요(Klaviyo), F5(FFIV)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잇따라 인력 감축을 단행하며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미국 주요 테크 기업에서 해고된 인원은 약 9만 5,000명에 달했으며, 2025년 들어서도 구조조정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라클은 오는 10월 중 북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레드우드시티, 플레즌턴 등지에 위치한 베이애리어 오피스에서 약 28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시애틀 지사에서도 클라우드 사업 부문 중심으로 161명을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라 전체 인원은 450여 명에 달한다. 오라클의 감원 배경에는 사업 구조 재편과 클라우드 수익성 강화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시스코 역시 캘리포니아 밀피타스와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약 221명의 인원을 정리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 SFGate는 이번 감원이 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을 대상으로 한다고 전했다. 이미 2024년에만 1만 명 이상을 감축한 시스코는 올해에도 고강도 비용 절감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 단계를 넘어 완전한 폐업 수순에 돌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량 공유 스타트업 카이트(Kyte)는 지난해 일부 도시 철수 및 고객 데이터 매각을 통해 연명을 시도했지만 결국 사업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주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다.
크런치베이스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8월 27일 기준으로 미국 테크 부문에서 최근 일주일간 해고되었거나 해고 예정인 인원은 최소 877명이다. 이는 단기적인 감축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3년에는 약 19만 명, 2022년에는 약 9만 3,000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등, 최근 3년간 누적 해고 규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대형 IT 기업들의 해고 발표는 이런 추세를 더욱 부각시켰다. 인텔(INTC)은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1만 5,000여 개의 일자리를 줄였고, 테슬라(TSLA) 역시 1만 4,500명을 감원하며 그 뒤를 이었다. 시스코는 연간 1만 150명으로 3위에 올랐다. 구글(GOOGL), 메타(META), 아마존(AMZN),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빅테크들도 각각 연간 수천 명 단위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테크 인력 감축의 주요 원인으로 팬데믹 당시 과도하게 확대된 인건비 구조와 경기 둔화, 그리고 벤처 자금 유입 감소를 꼽고 있다. 특히 2021년 고밸류에이션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연쇄적인 다운라운드와 투자 실패에 직면하면서 대규모 감원과 폐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런치베이스는 이번 통계를 통해 미국 내 테크 기업 혹은 미국에 상당한 인력을 둔 해외 기업까지 포함해 감원 현황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미디어 보고, 기업 자체 발표, 소셜미디어, layoffs.fyi 등 다양한 출처가 활용된다.
향후에도 대규모 해고가 계속될 가능성은 높다. 벤처 캐피탈 투자 위축과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은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으며, 대형 테크 기업들도 자동화와 AI 기술 전환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중단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