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기술까지… 체코, 한국에 사이버 보안 동맹 공식 제안

루카스 킨트르 체코 국가사이버보안청장이 한국과 체코 간 사이버 보안 협력을 제도화하고 정례 회의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장기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자는 취지로서, 특히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주문했다.

킨트르 청장은 오는 9월 8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국가정보원 주최로 열리는 ‘사이버 서밋 코리아(CSK)’ 참석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과 체코는 이미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 간의 기존 협력이 양국 외교 전략의 핵심 과제로 반영된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구체화하고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점차 고도화하는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악의적 사이버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공지능의 확산은 사이버 공격의 수단을 저비용으로 확대하고, 더 정교한 피싱 메시지나 딥페이크 영상, 합성 음성을 가능하게 한다며 이를 '위력 증폭기'로 평가했다. 국가 단위의 위협 주체들은 AI를 이용해 탐지 회피형 악성코드를 만들 수 있고, 가짜 뉴스 확산을 통해 민주주의 자체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공급망 보안, 디지털 전환 과정의 안전 확보, 그리고 5세대(5G), 6세대(6G) 통신망 및 양자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기업의 사례를 들며, 특정 국가에 기반한 기술 플랫폼이 사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해 악용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체코 정부는 관련 기업의 보안 취약성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해서도 그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우려를 표명했다. 랜섬웨어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는 물론, 해외 개발자나 기술인의 신분을 위장해 외화를 획득하고 민감 정보를 유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응하려면 정부, 민간, 국제기구 간 보안 협력이 필수적이며, 규제를 통한 억제, 공동 제재 등의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의 실현 방안으로 그는 정치적 약속과 제도화, 그리고 실질적인 공동 프로젝트를 결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체코는 이미 유럽연합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사이버 외교관을 파견해 협력 기반을 마련한 바 있어, 이 같은 외교적 노력이 아시아-유럽 간 사이버 협력의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열릴 ‘사이버 서밋 코리아’는 기술 발전에 따른 사이버 보안 과제와 협력 체계를 국제적으로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한국과 체코 모두가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며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 폭을 넓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