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의료기기 규제 넘는다…케트릭스, 561억 원 시리즈B 유치

AI 기반 의료기기 개발 플랫폼 기업 케트릭스(Ketryx)가 시리즈 B 투자 라운드를 통해 3,900만 달러(약 561억 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털인 트랜스포메이션 캐피털(Transformation Capital)이 주도했으며,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MIT E14 펀드, 유비퀴티 벤처스, 53 스테이션스 등 기존 투자사들도 참여했다. 이를 통해 케트릭스의 누적 투자금은 5,500만 달러(약 791억 원)를 넘어섰다.

케트릭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기기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규제 준수와 문서화 작업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2021년 에레즈 카민스키(Erez Kaminski) CEO가 창업했으며, 의료기기의 인허가 과정이 지나치게 길고 복잡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카민스키는 의료기기 시장 진입 장벽을 ‘의미 있는 모든 기술은 규제를 받는다’는 말로 요약하며, 복잡한 문서 작업이 기술 혁신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AI 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는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안전성 검증과 설명 책임이 요구된다. 단순 의료기기에서는 50페이지면 충분하던 검증 문서가,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서는 수천 페이지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카민스키의 설명이다. 그는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수만 페이지에 이르는 검증 문서를 새로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케트릭스는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FDA와 유럽 MDR 등 주요 규제기관의 요구 사항에 맞춰 문서화, 추적, 검증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이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상위 5개 의료기기 제조기업 중 3곳에서 도입된 상태이며, 딥러닝 기반 영상진단 기업 딥헬스(DeepHealth), 심장 진단 기술 기업 하트플로우(Heartflow), 바이오메디컬 데이터 분석기업 아이그노스틱스(Aignostics) 등이 고객사로 이름을 올렸다.

트랜스포메이션 캐피털의 창립 멤버 비나이 샤(Vinay Shah)는 “의료기술 기업들이 AI를 통해 환자 안전성과 치료 성과의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가운데, 규제 준수를 자동화하는 케트릭스의 접근법은 결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케트릭스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문서 작성과 검토 시간을 최대 90%까지 단축하며, 사람의 눈으로 놓치기 쉬운 검증 누락 지점까지 파악할 수 있다. 제품 출시 후에는 AI가 리콜 사유로 이어질 수 있는 고객 불만이나 잠재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디자인 개선을 제안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카민스키는 “복잡한 절차와 과도한 문서 때문에 실제로 중요한 기술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을 기술로 극복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금을 발판으로 케트릭스는 미국 보스턴과 오스트리아 오피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확장과 제품 고도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