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 선실이 개념승인을 받으면서, 조선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한층 진일보했다. 이번 인증은 해당 기술이 실제 선박 설계와 운항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선급(KR)은 9월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가스텍(Gastech) 전시회에서 HD현대삼호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이 공동 개발한 스마트 선실 시스템에 대해 개념승인(AIP, Approval in Principle)을 수여했다. 개념승인은 기술 설계의 타당성과 안전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로, 상용화에 앞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다.
스마트 선실은 선박 내 생활 및 운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첨단 기술이 집약된 공간이다. IoT 센서를 탑재해 냉난방, 조명, 환기 등 실내 환경을 통합 제어할 수 있으며,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설계를 통해 승무원들의 거주 편의성과 에너지 절약 효과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이번 스마트 시스템은 보안 및 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KR은 사이버 공격이나 시스템 장애와 같은 외부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선박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고 복구할 수 있다는 점을 기술적으로 확인했다. 이는 선박 자동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사이버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조선업계는 최근 친환경 연료 전환, 자율운항 기술 개발 등 급속한 기술 변화 속에서 디지털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HD현대삼호 관계자는 스마트 선실 기술이 스마트 선박 시대를 선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향후 글로벌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조선산업이 단순한 하드웨어 조립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통신 기술까지 아우르는 복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국제 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나 스마트 선박 도입 속도에 따라 이 기술의 상용화와 시장 확대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