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제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유럽연합(EU) 무선기기 지침(RED)에 따라 요구되는 사이버 보안 시험소 인증을 글로벌 인증기관인 티유브이 슈드(TUV SUD)로부터 획득했다. 이는 유럽 시장 진출 시 점점 강화되고 있는 사이버 보안 요건을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평가·검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받은 인증은 유럽연합이 지난 2024년 8월부터 본격 시행한 ‘레드 지침(RED: Radio Equipment Directive)’에 따른 것이다. 이 지침은 모든 유럽 시장 내 판매 무선기기에 대해 보건·안전, 전자파 적합성은 물론 인터넷 연결 보안, 개인정보 보호, 사기 방지 시스템 등까지 갖추도록 정한다. 특히 최근의 스마트홈 확산에 따라 사물인터넷(IoT)·모바일 기기·스마트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필수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증을 진행한 티유브이 슈드는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인증기관으로, 전 세계 다양한 제품의 안전성과 성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시험소다. 삼성전자는 이번 시험소 인증을 통해 시험·인증 역량을 자체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앞으로는 외부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도 유럽 규정에 대한 적합성과 보안 요건을 사내에서 직접 검증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증이 단순한 기술적 승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글로벌 고객만족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학상 부사장은 “사이버 보안은 이제 기술을 넘어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핵심 요소가 됐다”며, 이를 제품 경쟁력의 일환으로 강조했다. 동시에 평가 과정을 내부화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향후 출시되는 제품에 대한 품질관리 수준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획득 성과는 삼성전자가 유럽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보안 기준을 선도하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앞으로 국제 시장 전반에서 강화되고 있는 디지털 보안 규제를 선제적으로 준비함으로써, 자사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고 경쟁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다른 국내 제조사에도 기술 고도화와 사이버 보안 자체 평가 체계 구축이 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