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의 개막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가전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는 AI 기술이 일상은 물론 산업 전반으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자리였다.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의 전시장 ‘시티 큐브’에 약 6,200㎡ 규모의 단독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AI 홈, 미래 일상을 현실로’를 주제로 한 체험형 공간을 꾸몄다. 특히 대형 디지털 파사드로 시작되는 입구부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이 공간은 AI 기술이 더 나은 일상에 이바지한다는 메시지를 예술적 방식으로 표현했다.
전시 구성은 세 가지 테마로 구분됐다. ‘AI 홈 리빙’은 가족과 반려동물을 포함한 일상의 관리, ‘AI 홈 인사이드’는 삼성 가전제품에 적용된 신기술 소개, ‘AI 비즈니스 솔루션’은 산업용 AI 기술까지 확장된 개념을 담았다. 중심 공간인 ‘AI 홈’에서는 온도, 조명, 소리, 움직임 등을 스스로 이해하고 조정하는 이른바 ‘앰비언트 AI’ 기술이 구현되어 있었다. 이는 단순한 음성 제어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읽고 맞춤형으로 반응하는 차세대 AI다.
핵심은 모든 기기에서 동작하는 통합 경험이었다. 휴대전화, TV, 냉장고 등 기기 종류와 상관없이 동일한 AI 기능이 작동하며, 사용자마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를 통해 사용자의 편리함, 건강과 안전, 시간과 에너지 절약, 개인정보 보안 등 네 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로봇청소기, TV 등 신제품도 함께 공개됐다. 특히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는 4.7㎝ 높이의 문턱도 넘을 수 있고, 구석까지 청소할 수 있는 팝 아웃 기능을 시연해 관심을 모았다. 또 음성 기반으로 TV가 관람객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비전 AI 컴패니언’ 기능도 호응을 얻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자사만의 기술력과 보안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자체 보안 플랫폼 ‘녹스’를 기반으로 AI 기능이 적용된 기기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점을 내세웠다. 또한 자사의 QLED TV가 일부 중국 브랜드의 제품과는 기술적 수준에서 다르다는 점을 ‘진짜를 사라’는 슬로건으로 표현하며 품질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가전·IT 시장에서 AI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이번 전시 전략은 단순히 신기술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AI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생태계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향후 AI 기술이 소비자 중심의 스마트홈 환경뿐 아니라 기업용 서비스까지 본격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이와 같은 전시는 향후 업계 판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