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펨토셀 기기 관리 부실 논란…중고거래까지 방치

KT가 관리 부실 문제로 무단 소액결제 사건에 연루되면서, 초소형 기지국 운영 방식을 둘러싼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유사한 기기를 운용하는 다른 통신사들과 달리, KT만 피해 사례가 발생한 데에는 기기 설치와 운용 과정의 허술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초소형 기지국, 이른바 펨토셀은 건물 내부처럼 전파 수신이 약한 지역에서 LTE 신호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기다. 국내 통신 3사는 모두 이 기기를 활용 중이지만, 이번 사건에서 피해 사례는 KT에서만 발견됐다. 이는 KT가 오래전부터 자사 고객에게 초소형 기지국을 대여·설치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절차 없이 비전문가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일반 사용자가 KT 측으로부터 기기를 받아 직접 설치했다는 후기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장비가 간단해 설치가 어렵지 않았고, 별도의 이용료나 임대료도 없었다는 내용이다. 일부 KT 직원조차 기기를 자택에 들여 직접 설치했으며, 설치 후에는 KT가 이를 회수하지 않아 빈 집이나 상가에 방치되는 일이 잦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심지어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초소형 기지국이 거래되는 글도 여럿 확인된 상태다.

이번 사건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관리망에서 벗어난 기기들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존재했음을 보여줬다. KT 조사 결과, 자사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초소형 기지국들이 실제로 KT 통신망에 접속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기기는 원래 KT 소속 기기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불법으로 취득한 후 변조하거나 특정 부품만 떼내 복제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통신사들은 초소형 기지국 설치 시 전문 기사가 직접 방문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KT는 비교적 느슨한 관행을 보여 왔다. KT는 전체적으로 15만 7천여 대의 초소형 기지국을 운용 중인데, 이는 SK텔레콤의 7천 대, LG유플러스의 2만 8천 대에 비해 매우 많은 수치다. 이는 KT가 사용 중인 LTE 주파수가 1.8GHz로, SKT나 LG유플러스보다 상대적으로 고주파 대역인 탓에 실내 통신 장애가 많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펨토셀 장비를 다량 배포한 결과로 풀이된다.

KT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용자들의 과거 1년간 기지국 접속기록을 전수조사하고 있으며, 처음 이상 접속이 발생한 시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실제 범행은 알려진 시점보다 더 앞서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KT 노조 측은 유선 인터넷망 연결구간의 보안 취약성까지 언급하며 전반적인 시스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흐름은 일반 사용자에게 배포된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체계와 보안 수준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유사한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장비 배포·설치·반납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 정비와 함께, 규제기관의 감독 기준도 더욱 명확하고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