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스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올해 들어 최고 수준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인 피겨(Figure)가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2년 설립된 피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로봇 개발사로, 이번 투자 라운드를 통해 기업 가치를 390억 달러(약 56조 1,600억 원)로 평가받게 됐다. 이번 투자는 파크웨이 벤처 캐피털이 주도했으며, 엔비디아(NVDA), 인텔 캐피털, 브룩필드 자산운용, 매쿼리 캐피털, LG 테크놀로지 벤처스, 세일즈포스, 퀄컴 벤처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사들이 자금을 지원했다.
피겨는 이번 투자금을 인공지능 플랫폼 고도화와 로봇 제조 역량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가사 보조와 상업용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해당 사업 모델은 고비용 구조를 동반하지만 시장 잠재력 면에서 혁신적인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피겨의 시리즈 C는 2025년 들어 이뤄진 로봇 부문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한 건만으로도 올해 로보틱스 분야 누적 투자액은 85억 달러(약 12조 2,400억 원)를 넘어섰다. 이 같은 수치는 팬데믹 이후 자금이 급격히 위축됐던 2021년 수준을 다시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피겨 외에도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발사 뉴럴링크(Neuralink)는 지난 5월 6억 5,000만 달러(약 9,360억 원)를 유치했다. 의료용 로봇 활용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 로보틱스 산업과의 연계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UT오스틴에서 분사한 앱트로닉(Apptronik)은 시리즈 A 및 익스텐션 라운드에서 총 4억 300만 달러(약 5,800억 원)를 확보했다. 주력 제품인 아폴로 로봇을 앞세워 산업 현장에서의 자동화를 노리고 있으며, 이번 투자에는 B 캐피털과 캐피털 팩토리가 주요 참여자로 나섰다.
또 다른 유망주로는 얼바인의 스타트업 필드AI(Field AI)가 있다. 이 기업은 자율 로봇용 AI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8월 두 차례에 걸쳐 4억 500만 달러(약 5,83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베이조스 익스페디션도 투자에 참여하면서 향후 시장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더 봇 컴퍼니(The Bot Co.) 역시 1억 5,000만 달러(약 2,160억 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가사 노동을 자동화할 수 있는 로봇 솔루션을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으며 누적 투자액은 3억 달러(약 4,320억 원)에 이른다.
한편, 투자 열기에 비해 엑시트 사례는 다소 정체 상태다. IPO나 인수합병 등 대규모 회수전략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가운데, 대다수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며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망 스타트업들의 완성도 높은 로봇 상용화가 이루어진다면, 투자자들의 기대가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