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 기대감 속에 2025년 10월 2일 오전 큰 폭으로 뛰어오르며 각각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근 정부가 AI 산업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의지를 밝혀 국내 반도체 대표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달아오른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5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65% 상승한 9만 원에 거래되며 시가총액은 532조 원에 이르렀고, 이는 52주 신고가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 주가도 같은 시각 11.81% 오른 40만 2,500원을 기록하며 역시 장 초반 40만 3,000원을 찍고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와 함께 반도체 관련 주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도 5% 가까이 급등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인공지능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는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AI 인프라 구축 협력 방안을 협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AI 발전에서 한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발언이 오갔다. 특히 그간 강조돼온 ‘AI의 특이점은 메모리칩에 달려 있다’는 업계 공감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에 무게를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이와 맞물려 미국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전해졌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가 8.9% 상승했고, 반도체 업종 전반을 나타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2.1% 올랐다. 이는 글로벌 차원에서 AI 수요 증가가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 전체의 새로운 투자 사이클을 자극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지주회사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SK스퀘어 역시 각각 5.68%, 13.87% 오르며 장을 주도했다. 이런 흐름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 산업에 한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간 자본 분리)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서 기인한다. 대통령실은 삼성과 SK의 반도체 투자 확대를 위해 자금 조달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 검토가 지주회사의 자금 운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기업 벤처 캐피탈(CVC)을 통한 신산업 투자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이는 지주사가 단순한 지배구조 유지 역할을 넘어서,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전략적 컨트롤타워로 재평가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같은 시장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의 접점이 더욱 강화되면서 지속적인 투자 모멘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 글로벌 기술 동향이 맞물릴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AI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잠재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