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오는 10월 말 사내 기술 전시회를 통해 내년도 주력 제품과 연구개발(R&D) 방향성을 전격 공개한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 부문 핵심 전략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차세대 초고속 메모리 HBM4 12단 제품이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행사는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삼성세미콘스포렉스에서 'REBOOT : DESIGNING WHAT'S NEXT'라는 슬로건 아래 비공개로 열리며, 오직 사전 등록한 삼성 임직원들만 입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계열사들도 대거 참여하며, 인공지능(AI), 지속가능성, 컴퓨팅과 네트워크 등 삼성이 제시하는 미래 기술의 세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된다.
이번 전시의 최대 관심사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소개할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일명 HBM4다. 이 기술은 최근 AI 수요 폭증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극단적으로 높일 수 있어 엔비디아, AMD 같은 AI 칩 설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HBM4 12단 제품 양산을 연내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까지 HBM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수급 대응이 늦어지며 글로벌 점유율이 17%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공급 확대와 기술력 개선으로 3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12조 1천억 원까지 회복되며 부진을 탈피한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의 HBM 시장 점유율은 2025년 3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와의 HBM3E 공급 계약과 HBM4 양산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도 회복세의 주요 배경이다.
이 밖에 DS 부문은 2억 화소 기반 이미지 센서, 반도체 특화 인공지능 기술 등 시스템반도체 관련 성과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 생산 수주와 애플의 이미지센서 생산 소식은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 전반의 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은 이번 기술전을 통해 미래 기술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집중 투자를 확인시킴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고, 동시에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HBM 수요 급증이라는 외부 환경을 지속적으로 기술력과 생산 체제로 연결시켜, 실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차세대 반도체 패권 재편 과정에서 삼성의 위상 회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