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2025년 3분기에 순이익과 매출 모두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관련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주요 배경이다.
TSMC는 10월 16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3분기(7~9월) 순이익이 4,523억 대만달러(약 21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9.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금융정보 업체 LSEG의 스마트에스티메이트가 전망한 4,177억 대만달러(약 19조 3천억 원)를 300억 대만달러 이상 초과한 결과다.
같은 기간 매출도 9,900억 대만달러(약 46조 원)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 역시 최고 기록이다. 최근 수요가 급증한 첨단 AI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 주문량이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TSMC가 AI 수요의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TSMC는 애플을 비롯해 세계적 대형 기술기업 다수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AI 기반 기술의 확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실적에 대해 “향후 몇 년 안에 1조 달러(약 1,41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AI 투자에서 TSMC가 핵심 수혜자임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해석했다. 과거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와는 달리, 이번 AI 열풍은 기술 기반과 응용처가 비교적 뚜렷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다만, 미국의 무역 정책이 향후 변수로 지목된다. 현재 대만의 대부분 수출품에는 20%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반도체는 예외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만의 반도체 생산 기반 중 절반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상무장관이 이를 공개 언급하면서 TSMC의 중장기 생산 전략에 변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만 정부는 이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에 총 1,650억 달러(약 234조 원)를 투자해 대규모 생산시설과 연구소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실적 상승세는 AI 핵심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투자 확대가 지속되는 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강화될 경우, TSMC를 비롯한 민감 산업에 조정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