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업계에서 다시 한번 논쟁의 중심에 선 질문이 있다. 인공지능 투자가 과연 ‘거품’에 접어든 것인가. 지나친 낙관이 자산 가격을 실제 가치와 괴리시키며 형성되는 버블은, 투자자들의 두려움(FOMO·놓칠까 두려움)과 자금 유입이 반복되며 결국 붕괴의 불씨로 이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AI 시장의 분위기를 바라보면 혼재된 신호들이 교차한다.
하지만 AI 투자는 과거 닷컴 버블과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이번엔 상당한 수익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고, 이들 기업이 보여주는 매출 성장에는 일정 부분 체감할 수 있는 실체가 존재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러한 매출이 실제 수요가 아닌 내부 투자의 재순환일 수 있다는 의심도 제기된다. 둘째, 주요 AI 유니콘 기업 대부분은 비상장 상태로 일반 투자자 접근이 어렵고, 투자 유치에도 제한적인 문턱을 두고 있다. 과거 버블은 대체로 공공 시장에서 벌어졌지만, 이번 AI 붐은 비상장 벤처 시장 중심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목할 것은 단순한 가격이 아닌 가치의 괴리다. 기업 가치 평가는 본질적으로 미래 전망에 대한 해석이고, 현재의 가격은 자금 조달 시장의 상황을 반영한다. 일부 투자자는 AI를 기술의 진화라 보지만, 또 다른 이들은 기술 혁명이자 기회로 평가한다. 벤처 캐피탈이라는 특성상 일관된 시각보다는, 다양한 기대감이 상존하는 구조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AI 분야의 벤처 투자는 특정 서사에 기반한 ‘군집 투자’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장 구조상 가격 상승에는 기여하지만, 향후 수익성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이 리스크 버블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벤처 투자자들이 통상적인 개별 기업 리스크가 아닌, AI 하나의 산업 전체에 자산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별 투자 실패가 아닌, 산업 전반 흐름에 따라 전체 포트폴리오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스타트업들이 낮은 수익성과 높은 운영비를 기반으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으고,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후속 투자자들도 리스크를 예외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AI 투자 환경을 전통적 버블로 단정짓긴 어렵다. 오히려 벤처 생태계가 집단적 리스크 수용을 통해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에 가깝다. 시장 전반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과잉 투자된 대규모 비상장 기업들은 자금 회수까지 시간이 더 길어지는 미니 조정을 겪을 수 있다. 이는 2000년대 닷컴 붕괴보다는 2022년 빅테크 조정과 유사한 양상일 수 있다.
앞으로 투자자들이 AI라는 하나의 서사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리스크 분석과 시장 분산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마치 2015년 벤처업계에서 경고가 나왔듯, 오늘날의 AI 시장도 ‘기회’ 이상의 냉정한 현실을 요구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