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며 반도체 업계가 대대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실리콘 개발부터 시스템 설계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공정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법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 흐름을 선도하는 여성 기술 리더들에 대한 조명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연합(GSA)과 뉴욕증권거래소(NYSE), 그리고 실리콘앤글이 공동 주최한 ‘여성 리더십 시리즈’에서는 차세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들의 통찰이 공유됐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받은 핵심 주제는 'AI 시대 실리콘 설계의 혁신'이다. Arm의 솔루션 엔지니어링 총괄인 맘타 반살은 실리콘 설계의 복잡성을 NP-하드 문제로 정의하면서, AI가 이를 해결할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트랜지스터 배치 수준에서 시작된 반도체 설계가 이제는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검증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캐든스디자인시스템의 R&D 부사장 하오 지는 “AI 기반 자동화가 차세대 반도체 혁신의 중심”이라며 AI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품질 신뢰와 공급망 안정성도 반도체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시스코(CSCO)의 품질 책임자 레슬리 에버벡은 자사의 애플리케이션 특화 집적회로(ASIC)인 ‘실리콘 원(Silicon One)’을 예로 들며 “전 주기 스택을 포괄하는 역량 덕분에 시장 수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글로벌파운드리즈의 사라 맥고완은 제조 초기에 실리콘과 동일한 설계 자료를 사전에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제품 검증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역시 AI 시대의 필수 전략으로 부상했다. 엔비디아(NVDA) 하드웨어 인프라 부사장 샤론 클레이는 “정확한 연산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리소스를 조정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다니엘 쇼운은 “스택의 모든 계층에서 최적화가 이뤄져야 진정한 고객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메타(META)의 인프라 실리콘 기술 리더 올리비아 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공동 설계가 성능 최적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준 수립을 통한 산업 협력도 중요한 이슈였다. 구글(GOOGL)의 수석 엔지니어 앰버 허프만은 “기업들이 각자 역량에 집중하면서도 효율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반드시 표준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샌디스크의 시니어 디렉터 신시아 수는 AI 수요가 플래시 메모리 설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데이터 전처리와 캐싱 단계에서의 고성능 SSD 수요 증가를 언급했다.
끝으로 테라다인의 기술 전략가 니차 바소코는 AI 인프라가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하드웨어와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텔(INTC) 파운드리 소속 팸 풀턴은 고질적인 수율 문제 해결을 위해 테스트 칩과 시험용 차량의 조기 투입이 사전에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검증 중심의 전략을 취함으로써 생산라인 투입 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AI 반도체가 재편할 차세대 산업 전망 속에서, 실리콘 개발 복잡성을 돌파하는 혁신, 품질과 수율 관리 전략,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협업 체계, 그리고 표준 기반 생태계 구축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반도체 시장의 지향점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AI 인프라 산업의 다음 장을 써내려갈 주도권은 이렇듯 기술 혁신과 리더십 모두에서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