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글로벌 벤처캐피털 자금이 생성형 AI 등 주목 받는 분야로 쏠리면서, 교통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는 확연히 식은 모습이다. 다만 지속가능 배터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무인 주차 기술 등 일부 기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 현재까지 전 세계 교통 기술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약 210억 달러(약 30조 2,400억 원)에 불과하다. 2021년 정점을 찍었던 기록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내 비중은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로 절반에 못 미치며, 건수 측면에서도 역대 최저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대형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앱라이드 인튜이션(Applied Intuition)은 6월에 블랙록과 클라이너 퍼킨스의 공동 주도로 6억 달러(약 8,6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F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150억 달러(약 21조 6,000억 원)를 평가 받았다.

LA를 거점으로 한 주차 자동결제 스타트업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는 11월에 16억 달러(약 23조 원)에 달하는 부채 및 주식 투자를 끌어냈으며, 이 중 5억 달러(약 7,200억 원)는 시리즈 D 투자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 택시와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브라이드(Avride)가 우버와 네비우스 그룹의 자금 지원을 받아 최대 3억 7,500만 달러(약 5,400억 원) 투자 확약을 받았고,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는 단일 시리즈 E 투자에서 3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확보했다.

이처럼 개별 투자 사례는 존재하지만 전체적인 추세는 분명 약세다. VC들이 교통 분야에서 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저하다.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자율주행 및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IPO 러시가 이어졌지만, 이후 상당수 기업들이 상장 후 성과 부진으로 폐업하거나 급락을 경험했다. 피스커와 패러데이 퓨처는 성장에 실패했고, 리비안의 주가는 정점 대비 85% 넘게 하락했다. 심지어 북유럽 배터리 유망주였던 노스볼트는 최근 파산 신청을 하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가능성이 존재한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배터리 재활용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할 수 있어도, 업계 거물들이 산업을 이끄는 흐름은 여전하다. 우버, 보잉, 에어버스, 페덱스 등 대기업들이 교통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 항공기 개발 기업 베타 테크놀로지스(Beta Technologies)가 IPO를 통해 성공적인 첫 거래를 기록했다.

미국만 놓고 봐도 운송 산업은 GDP의 8.5%를 차지하는 약 2조 5,000억 달러 규모로, 기술 혁신이 멈출 수 없는 분야다. 지금은 벤처 투자자 수가 줄어든 듯 보일 수 있지만, 교통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은 여전히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