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박사 출신 로보틱스 공학자들이 설립한 AI 로봇 스타트업 ‘선데이(Sunday)’가 가정용 로봇 '메모(Memo)'를 공개하며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이들은 “모든 가정에 로봇 한 대씩을 들이겠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메모가 가사노동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차세대 가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데이는 메모 개발을 위해 창고에서 3D 프린터만으로 밤낮없이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이를 가정 내 실제 환경에 맞춰 최적화해 왔다. 로봇의 외형은 하얀색 둥근 관절과 만화영화처럼 생긴 얼굴, 그리고 주행 가능한 바퀴식 하체 모듈로 구성돼 있어 전통적인 휴머노이드와는 다른 형태다. 다리를 없앤 디자인 덕분에 균형 문제 없이 안정적인 이동이 가능하며, 손이나 팔을 활용한 유연한 동작에 집중할 수 있었다.

메모는 설거지, 세탁물 정리, 커피 추출, 간단한 요리까지 수행할 수 있으며, 주방과 거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도 정리정돈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로봇이 사람처럼 환경을 이해하고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방대한 훈련 데이터가 필수였고, 이를 위해 선데이는 ‘스킬 캡처 글러브’라는 독자적인 장비를 개발했다. 이 센서 장갑은 사람들이 실제로 가사를 수행하는 동작들을 기록하며, 이를 기반으로 총 10만 시간 이상의 데이터를 500여 가정에서 수집했다.

선데이의 제품 책임자 카밀라 궈는 “선데이의 AI 로봇은 저렴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도 충분히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스탠퍼드와 구글 딥마인드가 공동 개발한 오픈소스 플랫폼 ALOHA, 인간의 조작을 모방하는 UMI 프로젝트의 성과가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앞세운 선데이는 벤치마크와 컨빅션으로부터 3,500만 달러(약 504억 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벤치마크의 에릭 비시리아 파트너는 “현실에서 실제로 잘 작동하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선 무수히 많은 실제 환경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업계가 이런 학습 데이터를 1백만 분의 1 수준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메모는 오는 2026년 말부터 본격적인 가정 배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선데이는 ‘Founding Family Beta 프로그램’을 통해 50가구를 시범 사용자로 선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신청은 11월 19일부터 개시됐다. 선데이 측은 “다른 기업들이 지금껏 우리가 쌓은 연구 성과 위에서 실험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를 넘어서서 진짜 ‘생활 속에 녹아든 로봇’을 직접 제공하겠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메모의 등장은 AI 로봇의 ‘쇼케이스’를 넘어 실사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AI의 진정한 가능성은 무대 위가 아닌 식탁과 세탁실 옆에서 시험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