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 전용 제품 스타트업들에 대한 벤처투자 흐름이 한층 위축되면서, 선물용 스마트 기기나 유행 아이템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 주서기나 휴대용 파티 쿨러처럼 과거 화제를 모았던 소비자 아이템은 자취를 감췄지만, 건강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신제품들이 조용히 시장을 채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인기를 끈 소비자용 스타트업 중 대다수가 ‘웰니스’와 ‘개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핀란드 스타트업 Oura가 만든 스마트 링이 꼽힌다. 이 제품은 수면의 질, 심박수, 체온 등 20개 이상의 바이오 데이터를 추적해 사용자 맞춤형 건강 지표를 제공한다. 가격은 약 500달러(약 72만 원)부터 시작된다.
헬스테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스타트업은 Eight Sleep이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1억 달러(약 1,4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주력 제품은 온도와 지지력을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 침대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노화 관리에 특화된 화장품을 개발하는 OneSkin, 폐경기 여성 대상 건강 키트를 판매하는 Womaness 등 다양한 웰니스 제품이 등장했다.
개인 맞춤형 소비도 강세다. 인공지능 기반 디자인 플랫폼 Arcade는 사용자 요청에 따라 보석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맞춤 제작해준다. 손톱 매니큐어를 사진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해주는 Blank Beauty는 이 같은 트렌드를 소비 시장에 접목해 지난 5월 600만 달러(약 86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개인용 3D 자외선 텍스처 프린터를 만드는 EufyMake는 고급 선물 수요를 겨냥해 2,300달러(약 330만 원)에 프린터를 사전 주문받고 있다.
패션 분야는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대형 자금 유입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최대 규모 투자를 유치한 패션 스타트업은 킴 카다시안의 보정속옷 브랜드 스킴스(SKIMS)로, 2억 2,500만 달러(약 3,240억 원) 규모 시리즈 D 투자를 성사시켰다. 명품 액세서리 대여 서비스 비브렐(Vivrelle)도 올여름 6,200만 달러(약 890억 원)를 확보하며 주목받았다.
이처럼 벤처캐피털이 AI와 같은 기술 분야로 투자 초점을 이동하면서 시장에 출시 가능한 소비자 제품 스타트업은 자금 측면에서 다소 소외됐다. 하지만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제품은 예외로, 오히려 대규모 투자가 몰리고 있다.
가사노동용 로봇을 개발 중인 The Bot Co.는 지금까지 총 3억 달러(약 4,320억 원)를 유치했다. 벤치마크 캐피털의 지원을 받는 Sunday도 가정 내 일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 ‘메모(Memo)’를 최근 선보이며 실용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입증했다.
아직은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이들 소비자용 로봇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수년 내 연말 쇼핑 시즌의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층 사이에서 ‘필수’는 아니지만 ‘갖고 싶은’ 제품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소비자 제품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