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를 위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빈치(Vinci4D)가 총 4,600만 달러(약 662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자금 조달은 엑소라 이노베이션(Xora Innovation), 이클립스(Eclipse),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 등 유수의 벤처 캐피탈이 참여했으며, 빈치는 본격적인 기술 확장에 돌입한다.
빈치가 개발 중인 핵심 기술은 전통적인 유한 요소 해석(FEA: Finite Element Analysis) 방식 대비 속도와 해상도에서 결정적인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해당 플랫폼은 드라마틱하게 빠른 시뮬레이션 속도를 구현하면서도, 2나노미터(nm) 수준의 정밀도까지 재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일부 조건에서는 기존 도구 대비 최대 1,000배 빠른 계산이 가능하다는 내부 테스트 결과도 존재한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빈치 측은 이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 일명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시뮬레이션 도구들이 사용하는 수학 공식을 그대로 활용해 결과값을 검증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용자는 자체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별도로 학습시킬 필요 없이 곧바로 소프트웨어 운용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큰 장점이다.
사용 방식도 단순하다. 반도체 설계자는 시뮬레이션하고자 하는 부품의 기술적 설명을 입력하면 된다. 예를 들어, 금속층의 수, 각 층의 두께, 사용된 재료, 열전도 방향성 등의 정보를 서술하면,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해당 부품의 열적 특성을 분석해 결과를 표 형태로 제공한다. 필요 시 시각화 기능을 활용해 그래프로도 분석할 수 있다.
현재 소프트웨어는 열적 해석을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빈치는 향후 더 폭넓은 반도체 물성 평가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금도 그 사용처 대부분이 기능 고도화와 다양한 사용 사례 확대를 위한 개발에 집중될 예정이다.
빈치 측은 이미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세 곳이 자사 소프트웨어를 직접 도입해 운용 중이라고 밝혔으며, 10개 이상의 다른 반도체 회사가 외부 도구와의 정밀도 비교 검증을 마친 상태라고 덧붙였다. 주요 평가에서 전통적 방식 대비 동등 혹은 상위 수준의 정확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하딕 카바리아(Hardik Kabaria) 최고경영자(CEO)는 “빈치는 나노미터 단위의 설계가 센티미터 규모의 기판 위에 복잡하게 배치되는 차세대 공정 시대에, 단순화 없이 정확도를 완전히 유지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며, "엔지니어가 설계 성능을 수일이 아닌 몇 초만에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빈치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기술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실제 생산 전 단계에서 반복 테스트와 비용을 줄이고, 제품 출시 기간을 단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이 복잡성을 키워가는 가운데, 빈치의 AI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은 향후 설계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