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향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본격화하면서, 정부에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특히 초대형 반도체 공장 건립에 필수적인 자금 조달과 기반 인프라 확보에 있어서 민간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12월 10일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초대형 투자는 기업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자금 확보에 제약이 크다”며 규제 완화를 직접 요청했다. 곽 대표는 이어 “AI 메모리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가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데, 장비 설치만 3년이 걸리는 현실에서는 속도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단계적으로 총 600조 원 규모의 거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최초 계획보다 약 1.5배 확대한 공장 규모이며,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함으로써 AI 시대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 전략의 일환이다. 여기에 더해 충북 청주에도 올해만 11조 원을 집행했으며, 향후 4년간 총 42조 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곽 대표의 발언에 공감을 표하며,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 규제의 현실적 측면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첨단 산업의 경우, 이미 독점의 위험보다는 빠른 기술 투자와 글로벌 경쟁력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제도 개선을 거의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가 차원의 균형 발전과도 맞물려 있는 규제 완화 요구는 단지 지원금 제공 이상의 고민을 수반한다. 현장에서 제기된 전력과 용수 공급 문제, 특히 송전선 인프라 구축 시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 등은 아직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 있다. 이에 정부는 향후 에너지 집약적 산업은 지방 중심으로 유도하는 전략도 병행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논의는 향후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다른 첨단 산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규제 구조를 어떻게 유연하게 조정할 것인지, 기업의 대규모 민간 투자가 지속되도록 어떤 생태계를 만들 것인지가 정부 산업 정책 전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