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CSCO)가 차세대 AI 네트워크 인프라 시장을 겨냥해 핵심 네트워킹 칩과 액세서리 제품군을 대거 공개했다. 10일(현지시간) 시스코는 ‘Cisco Live EMEA’ 행사에서 초당 102.4테라비트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이더넷 전용 스위칭 칩 ‘실리콘 원 G300(Silicon One G300)’을 선보이며, 대규모 AI 클러스터 구성을 위한 핵심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번 G300 칩은 단순히 대역폭 향상이 아닌, 인공지능 워크로드에 특화된 네트워크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스코는 해당 칩을 자사의 주력 스위칭 시스템인 넥서스 9000(Nexus 9000)과 시스코 8000(Cisco 8000) 시리즈에도 적용할 예정으로, 공냉식·액침식 모델 모두를 지원해 전력 소비와 운영의 복잡성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인프라가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의 영역을 넘어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GPU 중심의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네트워크 구성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케빈 볼터베버(Kevin Wolterweber) 시스코 데이터센터 담당 수석 부사장은 “최근 업계 흐름은 모델 훈련에 집중되던 AI에서 에이전트형(agentic) 애플리케이션과 추론 단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점점 더 많은 기업형 데이터센터와 국지 클라우드가 자체 AI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G300 칩은 ‘인텔리전트 컬렉티브 네트워킹(Intelligent Collective Networking)’ 기술로 AI 워크로드의 특징인 폭주형 트래픽을 보다 정밀하게 제어한다. 이 기술은 패킷 버퍼 공유, 경로 기반 로드 밸런싱, 텔레메트리 기능을 통합해 네트워크 활용률을 33% 끌어올리고, 작업 완료 시간을 28% 단축한다는 시뮬레이션 수치도 함께 공개됐다. 델오로 그룹(Dell’Oro Group)의 사미 부젤벤(Sameh Boujelbene) 부사장은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AI 네트워크의 병목과 동서향 트래픽 한계를 정면으로 해결하는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G300은 또 배포 후 표준 변경에 따라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설계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더해 시스코는 해당 칩 기반의 넥서스 9000·시스코 8000 스위칭 플랫폼을 공냉식 외에 액침식 냉각 옵션으로도 출시할 방침이다. 액침식 모델은 기존 대비 70% 향상된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하고, 여섯 개 시스템이 필요했던 대역폭을 한 시스템으로 처리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규모 구축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스코는 스위치 구동 소프트웨어 역시 고도화했다. 리눅스 기반의 NX-OS와 오픈소스 네트워크 운영체제인 소닉(Sonic) 지원을 통해 유연성을 강화한 것이다. 한편 AI 클러스터 내부용 고밀도 광모듈 제품군도 함께 공개했으며, 차세대 OSFP 타입 1.6Tbps 광모듈과, 소비 전력을 50% 줄인 신규 800Gbps 광모듈도 함께 소개됐다.
이와 함께 시스코는 AI 네트워크 환경 전반을 하나의 운영 체계로 통합하는 ‘넥서스 원(Nexus One)’ 관리 플랫폼도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단일 뷰에서 관리하고, API 기반 자동화와 AI 워크로드와의 연계 가시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2024년 인수한 스플렁크(Splunk)와의 네이티브 통합을 통해 데이터 이동 없이 네트워크 텔레메트리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강조됐다.
AI 네트워크 시장은 지금까지 엔비디아(NVDA), 셀레스티카, 주니퍼 네트웍스, 아리스타 네트웍스 등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시스코는 칩셋부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옵틱스, 운영 플랫폼까지 수직 통합된 완성도 높은 제품군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전환에 나선 기존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중심으로 빠른 확산을 노리고 있다. 부젤벤 부사장은 “시스코의 통합 스택은 새로운 파트너 대비 안정감을 중시하는 기업에게 상당한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시스코는 앞으로 에이전트 기반 AI 채택이 가속화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대량의 에이전트들이 등장할수록, 기존 중앙 집중형 방화벽이나 인증 체계로는 보안 리스크를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스코는 이런 현실을 반영해 네트워크 에지에 보안 정책 관리를 새롭게 통합하는 등 아키텍처 전반에 걸친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제품 대부분은 아직 개발 중에 있으며, 완성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인프라 자체가 AI 환경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기술적 차별성과 운영 최적화라는 투 트랙으로 시장 장악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