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다음 주 공모주 청약에 들어가면서, 올해 중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상징적인 반도체 상장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와 기술 자립 전략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CXMT는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주 전용 시장인 과창판(커촹반) 상장을 위해 신주 66억8천만주를 공모한다. 이 가운데 절반은 사전 확약한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될 예정이다. 회사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소 295억위안, 우리 돈 약 6조5천2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며, 초과배정옵션까지 행사되면 조달 규모는 50억달러, 약 7조5천800억원을 넘길 수 있다. 이 경우 2022년 중국해양석유(CNOOC) 이후 중국 본토 최대, 지난해 5월 CATL 이후 아시아 최대 규모 상장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CXMT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국영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경쟁하는 세계 4위 D램 제조업체로 평가받는다. 상장 이후 기업가치는 3조위안, 약 663조원 수준까지 거론된다. 특히 이번 상장은 중국 당국이 핵심기술 기업을 빠르게 증시에 올리기 위해 만든 사전심사 제도의 지원을 받으면서 승인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상장 준비를 마쳤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는 중국이 전략 산업에 대해 자금 공급과 상장 절차를 동시에 밀어주는 정책 기조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 관심이 더 커진 배경에는 애플 공급망 진입 가능성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애플이 중국 판매용 기기에 CXMT의 D램을 쓰기 위해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이 회사 제품의 폭넓은 사용 승인을 요청하는 로비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그동안 메모리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서만 조달해왔기 때문에, 테스트가 실제 공급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메모리 시장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애플 공급망 편입은 품질, 안정성, 지정학적 변수까지 함께 따지는 절차여서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CXMT의 실적 흐름은 중국 메모리 산업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회사는 최근 10년간 370억위안, 약 8조2천억원의 누적 손실을 냈지만, 최근 메모리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만 330억위안, 약 7조3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세계 웨이퍼 생산능력의 11%를 차지했고, 이 비중은 2028년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웨이퍼 생산라인 확대와 D램 기술 고도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생산능력이 이미 포화에 가까워 단기간에 메모리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블룸버그는 이번 상장의 규모와 파급력을 고려할 때, 과거 대형 기업공개와 맞물려 중국 증시가 과열됐던 시기의 고점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를 더 키울 수 있지만, 동시에 실적 지속성과 공급 확대 속도, 미국과의 기술 갈등이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