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인가: BIS 2026 보고서의 다른 시각과 통합원장 대안
멕시벤처스(MEXC Ventures)
2026.06.30 12:37:16
국제결제은행(BIS)은 스테이블코인이 화폐가 아니라 ETF에 더 가깝다고 봤다. 2026년 6월 28일 BIS 연례 총회에서 발표된 '2026 연간경제보고서'에 담긴 핵심 결론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같은 해 5월 말 기준 시가총액 약 3,200억 달러에 달했고, 그 중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99.4%를 차지한다. BIS는 이 규모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테이블코인이 신뢰할 수 있는 화폐로 기능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중앙은행 화폐를 기반으로 한 통합원장(Unified Ledger) 구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 상원은 2025년 GENIUS Act를 통해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위한 연방 규제 체계를 마련했으며, 업계 전반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결제 인프라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63개 중앙은행을 회원으로 둔 BIS가 이 시점에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한계를 공식 보고서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핵심 요약
• 보고서 발표: 2026년 6월 28일 BIS 연례 총회, 스테이블코인을 화폐 기능 기준으로 공식 평가
• 화폐 기능 미달: 가격 괴리·공급 경직성·시스템 연결 한계·불법 거래 감시 공백 등 4가지 측면에서 한계 확인
• ETF 비교: 2차 시장에서 달러 1달러 교환이 보장되지 않고 환매에 마찰이 생기는 구조가 ETF 지분과 유사하다고 평가
• 신흥국 위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신흥국 통화 주권 약화와 사실상의 달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
• 통합원장 대안: 중앙은행 화폐와 민간 예금·실물 자산 토큰을 단일 플랫폼에 통합하는 구조 제안, 프로젝트 아고라가 예시로 제시
1. 스테이블코인이 화폐 기능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
BIS는 신뢰할 수 있는 화폐가 되려면 네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보고서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은 이 네 가지에서 모두 결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교환 가치의 불안정성이다. 지폐와 은행 예금이 항상 같은 가치로 취급되는 것처럼, 화폐는 어떤 형태이든 중앙은행 화폐와 1대 1로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2차 시장에서 이 1대 1 교환이 깨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시장이 흔들릴 때 1달러짜리 스테이블코인이 0.98달러, 0.95달러에 거래되는 현상이 그 사례다. 2022년 테라USD(UST)의 붕괴는 이 문제가 단순한 일시적 괴리가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두 번째는 공급 조절 능력이다.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 시 화폐 공급을 늘리고, 과열 시 줄이는 방식으로 경제 안정에 기여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담보 자산이나 알고리즘에 따라 공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자금 수요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기능이 없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민간 기업이며, 중앙은행처럼 거시경제 안정을 목표로 공급을 조절할 의무나 수단을 갖추고 있지 않다.
세 번째는 다른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성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된 네트워크 밖으로 이동하거나 은행 계좌로 환금하려면 거래소를 거치는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현금이나 은행 이체처럼 시스템 간 이동이 즉각적이고 마찰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BIS는 바로 이 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주식형 ETF 지분과 비교했다. ETF도 기초자산과 1대 1로 연동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환매는 시장 시간, 거래 수수료, 처리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현금과 다르다. 스테이블코인의 이동과 환금도 유사한 마찰을 갖는다는 것이 BIS의 분석이다.
네 번째는 불법 거래 감시다. 화폐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자금세탁, 제재 회피, 범죄 수익 은닉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감시 체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BIS는 스테이블코인이 이런 목적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제 거래에서 신원 확인 절차를 우회하거나 제재 대상국과의 거래에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2. 신흥국 위험과 BIS가 제안하는 방향
BIS가 별도로 경고한 것은 신흥 경제권에 대한 영향이다. 자국 통화가 불안정하거나 은행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신흥국에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튀르키예처럼 자국 화폐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는 달러 자산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강하고, 스테이블코인이 그 수단이 되고 있다. BIS는 이 흐름이 가속화될 경우 해당 국가의 통화 정책이 효력을 잃고 경제가 사실상 달러로 운영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절해도 국민 대부분이 달러 연동 자산을 쓰고 있다면 그 정책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규모 확대에 따른 금융 시스템 부담도 짚었다. BIS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현재의 3,200억 달러에서 1조~3조 달러까지 성장하더라도 세계 경제 전체 산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은행의 자금 조달과 대출 공급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은행 예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게 되면 은행이 대출 재원으로 쓸 자금이 줄어들고, 이것이 실물 경제에 대한 신용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BIS가 제안하는 대안은 통합원장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민간 은행 예금, 실물 자산 토큰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처리하되, 중앙은행 화폐가 신뢰의 기반을 맡는 구조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 화폐와 연결된 안전한 틀 안에서 민간 디지털 화폐가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미 실증 단계에 들어간 것이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á)다. 8개 중앙은행과 40개 이상의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하며, 국가 간 대규모 결제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시험하고 있다. 각 국가별로 분리된 중앙은행 화폐 장부와 민간 은행 예금을 위한 공유 플랫폼을 결합하는 구조로, 국제 결제에서 여러 나라의 화폐 시스템이 마찰 없이 연결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3. 결론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를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규제 법제화와 기관 채택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시점에, 세계 중앙은행 협의체가 공식 문서로 그 구조적 한계를 명시한 사건으로 평가한다. 미국은 GENIUS Act로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는 방향의 규제 틀을 갖추는 중이고, EU는 MiCA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규제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BIS의 평가는 이런 흐름과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지금의 구조를 유지한 채 화폐처럼 쓰이는 것보다, 중앙은행 화폐를 기반으로 한 통합 플랫폼 안에서 보완적 역할을 맡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BIS가 지적한 한계에 어떻게 기술적·구조적으로 대응하는지, 그리고 통합원장 방식이 실제 국제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이후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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