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기반의 암호화폐, 즉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선불충전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반년 동안 두 회사의 충전금이 140억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결제 앱을 사용할 때 충전해 놓는 금액을 말하는 '선불충전금'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충전금이 많을수록 암호화폐 발행을 위한 담보 자산이 충분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전체 선불충전금은 7,5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반년 전보다 약 141억 원(1.9%) 늘어난 수치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경우 5,911억 원 규모로 업계 최대 충전 잔액을 기록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고정돼 있는 암호화폐로, 보통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통화에 연동된다. 예를 들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실제 원화를 담보로 삼아 동일 비율로 암호화폐를 발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선불충전금이 많을수록 안정성과 투명성이 높은 스테이블코인을 만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선불금 규모를 바탕으로 간편결제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조태나 연구원도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를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으며, 특히 카카오페이는 충전 후 송금이나 결제 기능이 자연스럽게 스테이블코인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카카오페이의 ‘페이머니’는 계좌에서 충전해 결제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때마다 최대 1.7%까지 포인트가 적립된다. 또 남은 금액은 예치금처럼 활용돼 최대 연 5%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유저들의 관심도 높다.
반면 네이버페이의 충전금은 1,618억 원 수준으로, 결제 시 0.5% 포인트 적립 혜택이 따라온다. 다만 주로 신용카드나 후불결제 중심 구조여서, 스테이블코인과의 자연스러운 연계에 대해선 아직 예측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이미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염두에 둔 듯 관련 상표권을 수건씩 신청해 둔 상태라는 점이다. 제도화 움직임과 함께 이들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