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세금이 아닌 공급 확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선 수요 억제보다는 공급 확대가 효과적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며, 관련 정책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주택 공급 자체를 늘려 적정 가격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방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급 시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2023~2024년도에 공급을 본격화했어야 지금쯤 공급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고가 주택에 수요가 집중되는 기형적 흐름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한 집에서 20~30년 거주한 사람의 공제 대상이 축소된다면, 국민적 반감이 클 수 있다"며 향후 관련 공제 제도의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정책 변경에 앞서 국민적 공감대를 우선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세제와 관련한 발언도 주목을 받았다. 보유세 인상 등 조세 체계 개편에 대한 가능성에는 "시장 반응이 예민한 사안이므로 현재로서는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반면 상속세 개편 문제에 대해선 "배우자 공제 한도 확대 등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언급해 제도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경제계에서 꾸준히 제기하는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기존 인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기업은 수익이 기대되면 자금을 빌려서라도 투자하는 속성이 있다"면서, "법인세 인하만으로 투자 유인이 생긴다는 것은 구시대적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법인세율의 일부 정상화를 통해 국가재정을 다지고 동시에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조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티몬의 결제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본 영세 사업자들을 위한 대손세액공제 확대 적용 요청이 국감 현장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구 부총리는 "해당 제도의 법제화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지원 확대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국세청은 앞서 339명의 사업자에 대손세액공제를 적용, 총 150억 원에 달하는 부가세 환급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 국감에서의 발언은 단기적 규제보다 장기적인 시장 신뢰 회복과 합리적 제도 정비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 전환이 실제 공급 확대와 공정한 조세 체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