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주식 시장이 빠르게 외형을 키우고 있지만, 실제 시장 효율성은 여전히 전통 금융시장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애플(AAPL) 기반 토큰화 주식의 거래 패턴과 오더북 구조를 분석한 결과, 크립토 인프라 위의 24시간 가격 발견이 가능하더라도 얕은 유동성과 제한된 참여자 기반 탓에 나스닥 기준 가격과의 괴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토큰화 주식은 ‘항상 거래되는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통 시장 세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세션 종속형’ 자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분석은 2026년 5월 11일 공개됐으며, 작성자는 로렌스 프라우센(Laurens Fraussen)이다. 보고서는 바이낸스, 트레이드닷엑스와이지(Trade.xyz), 마켓츠(Markets) 등 복수의 크립토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AAPL-USD, AAPL-USDC, AAPL-USDT 페어를 나스닥(Nasdaq)의 NQ:AAPL 기준 피드와 비교해 가격 괴리와 유동성 수준을 측정했다. 분석 대상은 토큰화 주식 가운데 대표 종목인 애플(AAPL)이며, 핵심 질문은 크립토 시장이 이 자산을 얼마나 정밀하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가에 맞춰졌다.
결론부터 보면 토큰화 주식 시장의 유동성은 아직 매우 얕다. 카이코 리서치에 따르면 나스닥에서 애플은 하루 80억~100억 달러 이상 거래되는 초대형 유동성 자산이지만, 바이낸스와 트레이드닷엑스와이지, 마켓츠를 합산한 크립토 주식 퍼프스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1,000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절대 거래 규모만 놓고 봐도 현격한 차이가 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주문을 받아낼 시장의 두께다. 빗겟(Bitget)과 게이트(Gate), 바이낸스의 관련 시장에서 1% 기준 평균 오더북 뎁스는 30만~40만 달러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는 바이낸스 비트코인(BTC) 현물 오더북의 4,000만~5,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약 100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비교적 큰 주문 하나만으로도 가격이 쉽게 흔들린다. 나스닥에서는 100만 달러 규모 시장가 주문이 큰 충격을 주지 않지만, 토큰화 주식 시장에서는 같은 주문이 가격을 의미 있게 밀어 올리거나 끌어내릴 수 있다. 특히 마켓 메이커가 적극적으로 호가를 제시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난다. 이는 토큰화 주식의 가격 발견 기능이 존재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질 비용’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거래량 흐름도 전통 주식시장 의존성을 잘 보여준다. 주말에는 모든 거래소에서 애플(AAPL) 관련 거래가 급격히 줄었고, 2026년 4월 한 달 동안 주요 플랫폼의 주말 일간 거래량은 300만 달러를 밑돌았다. 24시간 365일 거래가 가능한 구조임에도 전통 증시 참여자들이 시장을 떠나는 시점엔 토큰화 주식 시장 역시 활력을 잃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디지털 자산 트레이더가 아직 본격적인 주식 트레이더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크립토 시장 참여자들은 기술주보다 변동성이 크고 지정학적 내러티브가 강한 원자재 퍼프스에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가격 괴리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AAPL-USDC, AAPL-USDT, AAPL-USD 페어를 비교한 결과, 세 호가 통화 가운데 USDC 페어가 가장 높게 가격을 형성했고, 그 다음이 USD, 가장 낮은 쪽은 USDT였다. 세 페어의 중앙값 가격 괴리는 약 17bp였으며, 일평균 괴리는 -23bp에서 +40bp 사이를 오갔다. USDC의 나스닥 기준 대비 일간 중앙값 스프레드는 19.2bp였고, USD와 USDT는 각각 16.6bp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미세한 프리미엄과 디스카운트가 토큰화 주식 가격에도 기계적으로 반영되는 전형적인 마이크로스트럭처 현상으로 해석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AAPL-USDC는 평균적으로 AAPL-USDT보다 약 0.05달러 높게 거래됐다. 전체 틱 기준으로 USDT가 가장 저렴한 호가였던 경우는 57%, USDC가 가장 비싼 호가였던 경우는 61%에 달했다. 다시 말해 토큰화 주식의 가격은 기초자산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어떤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거래되느냐에 따라서도 체계적인 차이를 보였다. 이는 토큰화 주식이 전통 주식과 동일한 자산을 추종하더라도, 실제 거래 인프라는 전혀 다른 변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나스닥 개장 시점에 나타난 급격한 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 시간대의 NQ 기준 대비 중앙값 괴리는 2.89bp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였지만, 평균값은 11.33bp로 크게 높아졌다. 이 차이는 4월 30일 세션의 급격한 변동이 주된 원인이었다. 당시 크립토 기반 애플(AAPL) 가격은 야간 중 11.97달러 급등한 뒤 곧바로 12달러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 과정에서 나스닥 개장 시점 기준 최대 400bp의 갭이 발생했다. 얇은 오더북, 제한된 참여자, 뚜렷한 기준 가격 부재가 겹치면서 누적된 드리프트가 개장 프린트에서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규 거래 시간 중 괴리가 야간보다 오히려 더 컸다는 사실이다. 트레이드닷엑스와이지의 AAPL-USDC 페어와 나스닥 기준 가격 간 정규장 중앙값 괴리는 13.55bp로 집계됐다. 카이코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양 시장이 동시에 실질적인 가격 발견을 수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장 외 시간에는 거래량이 줄고 마켓 메이커가 물러나면서 양쪽 시장이 각자 적극적으로 새로운 가격을 만들기보다 직전 종가 근처를 중심으로 함께 표류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국 이번 조사는 토큰화 주식이 기술적 실험 단계를 넘어 실거래 시장으로 진입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전통 금융시장 수준의 효율성과 체결 품질을 제공하기엔 이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 최근 6개월간 원자재 퍼프스가 일평균 약 5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주식 퍼프스는 9,000만 달러에 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의 관심이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유동성은 얕아지고, 얕은 유동성은 곧 가격 괴리와 체결 비용 확대로 이어진다. 토큰화 주식과 RWA 확산이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될 수는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 애플(AAPL) 같은 대표 종목조차 크립토 인프라 위에서는 ‘진정한 대체 시장’보다는 제한적 유동성의 실험장에 더 가깝다. 거래량, 오더북 뎁스, 참여자 저변이 함께 성장해야만 토큰화 주식 시장의 가격 효율성도 본격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게 이번 리서치의 핵심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