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복지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Medicaid)에 대한 예산 삭감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주정부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자신이 영향을 받게 될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빅 뷰티풀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향후 10년간 약 1조 달러(약 1,440조 원)에 달하는 메디케이드 삭감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혼란이 각 주의 보건의료 체계 전반에 걸쳐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현재 미국 메디케이드는 연방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되, 각 주는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구조다. 문제는 상당수 주정부가 메디케이드라는 명칭 대신 자체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오클라호마는 ‘수너케어(SoonerCare)’, 캘리포니아는 ‘메디칼(Medi-Cal)’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이런 명칭 때문에 가입자들이 자신이 메디케이드 수혜자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오클라호마 병원협회 리치 라스무센 회장은 “주민들이 ‘나는 메디케이드가 아니라 수너케어에 가입했다’고 말한다”며 “메디케이드 축소가 개인의 진료 접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안이 시행되면서 주요 변화 중 하나는 자격 요건 강화다. 특히 19세에서 64세 성인 가운데 일하지 않는 사람은 2027년부터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만 혜택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일부 수혜자에게는 본인 부담금도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유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주정부가 부담하게 되면서, 각 주는 수급 대상 축소나 추가 복지 조정이라는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변화가 당장 발생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수혜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미노인협회(NCOA)의 고객총괄책임자 조시 호지스는 “지금은 급격한 변경이 없겠지만, 향후 10년 동안 메디케이드 수급자들이 감당해야 할 변화는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준으로 전국 50개 주와 워싱턴 D.C.는 각자 다른 이름으로 메디케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조지아와 켄터키, 미시간 같은 일부 주는 ‘OO 주 메디케이드’라는 명칭을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주는 ‘헬시 루이지애나(Healthy Louisiana)’, ‘애플 헬스(Apple Health·워싱턴 주)’처럼 정체성을 숨긴 이름을 활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 축소에 따른 반발 여론이 즉각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상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보험 정책 개편안은 기존 저소득층 지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번 법안뿐 아니라, 그는 전·현직 행정부 간의 정부 역할에 대한 시각 차이를 반영하듯 사회안전망의 대대적인 재편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메디케이드의 경우 수혜자 수가 약 9,000만 명에 이를 만큼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 만큼 향후 변화는 직간접적으로 미국 내 의료체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용히 진행되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 축소가 실제 수혜자들의 현실로 드러나면서, 향후 여론의 향배와 주정부들의 대응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