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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3개월 만에 모습 드러낸 '테라' 수장...화려한 재기 꿈꾸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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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레 기자

2022.08.20 (토)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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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450억 달러의 생태계였던 테라의 수장 권도형 대표가 석 달 여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암호화폐 업계의 '블랙스완'이자 2조 달러의 자금 유출을 촉발한 두 번째 암호화폐 겨울의 시작. '테라' 사태가 다시 조명됐다. 워낙 피해와 파장이 컸던 탓인지, 아니면 책임을 인정한다는 말과 책임을 통감하는 것은 아닌 듯한 발언 사이에서 생긴 괴리 때문인지 별다른 설득력이나 이해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테라, 화려했던 옛날이여

테라USD(UST)와 루나(LUNA)는 테라폼랩스가 개발한 테라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다. 스테이블코인인 테라와 가격이 변하는 루나는 서로 연결돼 있다. 법정화폐 담보 없이 '루나'의 발행과 소각만으로 테라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하는 알고리즘 방식을 사용했다.

올해 5월 6일까지만 해도 루나와 테라는 모두 시가총액 기준 10위권 암호화폐였다. 루나는 82.5달러로 시총 284억 달러였고, 테라는 시총 187억 달러 규모의 4대 스테이블코인이었다. 테라 시총은 연간 50배, 루나는 100배 증가했다.

전통 금융을 벗어난 진정한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과 함께, 20% 연수익을 내는 예치·대출 플랫폼 '앵커프로토콜'과 '차이를 통한 결제' 지원은 테라와 루나의 핵심 셀링포인트였다. 5월 6일 기준 앵커 예치금은 140억 달러에 달했다.

인터뷰에서 권도형 대표는 앵커가 100억 달러대 규모가 되고, 생태계는 1000억 달러에 육박했던 상황에서 "누구도 실패를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변명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지난 3월 루나 가격 상승 내기에 100만 달러를 걸 만큼 자신만만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테라의 안정성을 비트코인에 의지할 만큼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경고가 없었던 건 아니다. 테라 초기부터 붕괴 직전까지 당국이나 전통 금융업계의 간접적인 우려뿐 아니라 암호화폐 업계 내 직접적인 경고까지, 위험을 알리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견제나 시기로 인한 악플 정도로 간주됐다.

출처 코인에이지 인터뷰 영상 갈무리

◇공든 탑 무너지는 데 '일주일'

450억 규모의 생태계가 몰락하는 데 딱 일주일이 걸렸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핫한 암호화폐였던 테라는 5월 7일 주말부터 페깅(pegging, 달러 연동)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일주일 만에 자매 토큰 루나와 함께 무너졌다. 2억8500만 달러의 규모의 매도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매도세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계속됐고, 두 토큰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다.

테라는 자금력이든 지지 세력이든 아무리 몸집을 키워도, 아무리 유명해져도 '무적'일 순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권도형 대표는 자신이 거의 암호화폐의 '신'이었다는 인터뷰 진행자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전에 비트코인이 80% 하락한 적은 있었지만', '이전에도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붕괴한 사례가 있었지만', '페깅이 깨진 적이 있었지만' 테라는 이럴 줄 몰랐다는 말에서 어느 정도 비슷한 착각이 있었음이 감지됐다.

◇테라 사태, 그 이후

테라는 불리한 거시경제 조건 속에 있던 암호화폐 시장에 일격을 가했고, 암호화폐 전문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털(3AC), 보이저디지털, 셀시우스 등 다수의 플레이어,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투자자들을 위기에 빠뜨렸다.

테라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은 신뢰를 잃었다. 규제 접근방식은 암호화폐의 '위험성'에 무게가 쏠렸다. 우리나라 금융 당국도 사태 파악에 나섰고, 한국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거래소뿐 아니라 일찍 테라와 선긋기에 나섰던 테라폼랩스의 공동설립자 신현성 티몬 의장의 자택과 회사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블룸버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월스트리트처럼 암호화폐 시장은 결코 예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할 만큼 테라는 큰 사건이었다. 테라가 만든 부정적 파장은 암호화폐 산업을 크게 한 바퀴 돌고도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그 충격이 가시지 않은 대형 사건에 대해 권도형 대표가 내린 결론은 "크게 걸었다가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미디어에 깊은 인상을 주려는 말 습관 탓인지 몰라도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 코인에이지 인터뷰 영상 갈무리

◇진심과 책임 빠진 해명

인터뷰는 투자자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앵커'와 '차이'에 대한 의혹도 다뤘다. 권 대표는 지속 불가능한 이자율을 인지했냐는 질문에는 "그 때 당시에는 낮게 잡은 것이었다"는 답변을, 이미 차이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홍보를 계속한 것에 대해선 "몰랐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처음부터 진실을 알면서 거짓 홍보한 엘리자베스 홈즈와 달리, 붕괴 전까지 완벽하게 가동한 테라를 실제로 자랑스러워했고, 그 강점을 부각시키는 말들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커뮤니티는 프로젝트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도가 높다. 붕괴 전 권도형 대표는 일면식도 없는 테라의 열성 지지층들을 '루나틱'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만큼, 커뮤니티를 대변하기 위해 다소 공격적인 '가상의 나'를 만들어낼 만큼 친밀하고 허물없는 태도를 취했었다.

인터뷰에선 가까운 지인이었던 신현성 티몬 의장에 대한 질문엔 "무관하다"면서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테라로 인해 삶이 무너진 이들이 있다는 인터뷰 진행자의 말에는 "당시 커뮤니티 내 지인들과 어려운 통화를 했다"고 간단히 답변했다. 법 앞에 현실인지, 돈 앞에 현실인진 몰라도,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급이성적인 태도로 선을 긋는 모습은 씁쓸하다.

◇인터뷰, 그 이후

인터뷰는 큰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트위터 상에서 테라를 비판해온 인플루언서 '팻맨'은 권 대표가 사기 사건을 자신과 무관한 것처럼 꾸미려고 했지만, 자신의 연루 사실을 오히려 더 드러낸 인터뷰라 평했다.

팻맨은 "동정심을 얻으려고 인터뷰를 완벽히 큐레이션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진행한 매체 '코인에이지'가 테라폼랩스의 투자를 받았던 곳이며, 인터뷰 진행자 잭 구즈먼을 '충성심 강한 아첨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당국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고, 어떤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밝힌 인터뷰 이후, 권 대표가 국내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테라폼랩스와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알려진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 커널랩스가 테라 사태 이후 '돈잔치'를 벌였다는 등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뉴스들도 나오고 있다.

권도형 대표는 계속해서 이 분야에 남겠다면서 여전히 암호화폐 부문에 진심임을 밝힌 상태다. 그는 "이후에도 오랫동안 암호화폐 분야를 구축해갈 계획"이라며 "지난 6주 동안 일어난 일보다 앞으로 20년을 투입하며 해갈 일들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투자자를 좌절시키고, 산업을 뒤흔든 테라의 '결함'보다는 자신의 '업적'에만 미련이 남은 듯한 태도는 과연 실패를 딛고 보다 성숙한, 보다 공고한 프로젝트로의 부활이 가능한지 의구심을 남긴다.

화려한 언변과 자신 있는 태도가 더 이상 반향을 일으킬 수 없는 이유. '위험' 없는 고수익과 실물 경제에서의 유용성을 약속하는 확신에 찬 '말'을 사실로 받아들였던 투자자들에게 너무나도 무거운 책임이 돌아갔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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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Chs8713

2023.03.24 06:41:37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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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4827

2023.02.10 10:24:5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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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Sign

2022.09.22 10:06:37

빠른뉴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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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2022.09.04 20:47:17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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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나

2022.09.03 19:30:1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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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2022.08.25 23:22:09

저놈땜에 다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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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2022.08.25 23:21:59

저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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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대로

2022.08.24 14:50:51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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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m장미

2022.08.22 06:32:04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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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kae

2022.08.22 01:16:1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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