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AI 규제 저지 위해 1억 달러 정치자금 투입…美 선거 띄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인물들과 기업들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공지능(AI)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저지하기 위한 정치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AI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에 대응해 정책 지형을 우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슨 호로비츠와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인 그레그 브로크만이 최근 주도한 ‘리딩 더 퓨처’라는 정치자금 단체가 그 중심에 있다. 이 단체는 올해 말부터 선거 기부와 디지털 광고 등을 활용해 특정 입법 방향을 홍보하고, AI 산업 활성화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전략을 펼 계획이다. 단순한 규제 반대가 아니라, 비현실적인 규제를 막고 합리적인 정책 마련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실리콘밸리는 이번 프로젝트에 1억 달러(약 1,390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가상화폐 산업을 위해 조직된 ‘페어셰이크’라는 슈퍼팩(Super PAC)이 과거 시도한 선거 활동 방식과 유사하다. 실제로 이 단체는 2024년 선거에서 가상화폐 반대 입장을 내세운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의 재선을 저지하고, 규제에 우호적인 정치인을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리딩 더 퓨처’는 이 흐름을 AI 분야에서 재현한다는 목표다.

그 배경에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AI 업계는 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해 기술혁신이 가능한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AI의 위험성을 부각시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주장을 ‘파멸론적 사고’로 지적하며, 이러한 담론이 미국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의 AI 정책 고문 데이비드 색스도 비슷한 입장을 보여왔다.

슈퍼팩의 활동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정책 중심으로 지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리딩 더 퓨처는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오하이오 등 주요 격전지를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특히 과거 민주당 지지자였던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창업자 마크 앤드리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일은 실리콘밸리가 더 이상 민주당 일변도의 성향을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정치권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주요 기술 기업들이 정치권 참여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정책 결정이 기술 산업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AI와 같은 고속 성장 산업은 향후에도 정치적 입법 환경에 따라 시장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국내외 업계도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