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여파에 20대 일자리 20% '뚝'…경력직만 살아남았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이 미국 젊은층의 일자리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실증적 분석 결과가 나왔다. 자동화가 용이한 직무에서 특히 20대 초반 종사자의 고용이 급감한 반면, 경험 많은 고연령층 노동자는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에릭 브리뇰프슨 교수 등 3인의 경제학 연구진은 수백만 명의 미국 기업 종사자 데이터를 분석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고용 시장에 미친 영향을 평가했다. 특히 챗GPT가 처음 공개된 2022년 말 이후의 고용 흐름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결과, 자동화에 취약한 직무에서 젊은 층의 일자리가 급감한 반면 중장년층은 오히려 고용이 확대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분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안내원, 통·번역가, 고객센터 상담원 등 AI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군이다. 이 중 22세에서 25세 사이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고용 규모는 2022년 말 정점을 찍고 이후 1년 반 만에 약 20% 줄었지만, 같은 기간 30세 이상 개발자의 고용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경험이 쌓인 직원들이 단순한 기술 역량 외에도 조직 내 협업, 제품 방향성 조율처럼 자동화하기 어려운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선임 개발자가 개발자가 아닌 마케팅·기획 인력과도 협력해 회사 전체 전략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설계하는 등의 업무는 현재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역량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나이 든 직원이 AI 확산 속에서도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직무 구조는 노동 시장에 또 다른 도전과제를 안긴다. 기술이 입문 단계의 단순 업무를 먼저 대체하기 시작하면, 그 업무를 통해 역량을 키우고 성장해야 할 청년층이 해당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즉, 숙련자의 자리를 이어받을 후속 세대가 준비되지 못하는 구조적 단절 우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이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면 의료 분야처럼 AI가 단순 보조 기능으로 활용되는 영역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AI가 진단 속도를 높이고 행정 업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인력이 필요한 일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AI가 일자리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업무 수행 방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직군의 수요를 되레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AI 기술이 단순히 기술 혁신을 넘어서, 실제 고용의 구조적 재편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체로 AI와의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한 청년층이 고용 불안정이라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향후 기업과 정책당국이 훈련·기술 이전 등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노동 시장의 양극화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활용 범위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