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사회적 영향을 점검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규율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학술적 논의를 본격화했다. AI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발생 가능한 법적 분쟁에 대응할 정책 수단 마련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법경제학회 및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손잡고 ‘인공지능과 법경제학적 이슈’를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서울대에서 열었다. 최근 AI 기술이 일상 소비활동은 물론 법적 책임 소재까지 다양하게 걸쳐 있는 만큼, 이를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는 취지다.
오전 세션에서는 KAIST 신은철 교수와 KDI 김정열 교수가 각각 발표자로 나섰다. 특히 신 교수는 행동경제학 실험 결과를 토대로, AI 모델이 소비자의 선호를 얼마나 정확히 학습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 발표는 최근 AI 기반 추천 시스템이나 개인화 광고 알고리즘이 과연 사용자의 의도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판단할 중요한 기준으로 주목받았다.
오후에는 AI 관련 법제도 정비와 소비자 보호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소속 김정민 변호사는 해외 주요국의 입법 동향을 소개하며, AI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학교 박혜진 교수는 소비자분쟁조정 제도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함을 지적하며, 향후 AI가 소비자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형적인 분쟁 유형을 분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AI 오작동이나 설계 결함으로 인한 손해 발생 시, 어떤 책임 주체가 어떤 방식으로 배상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쟁점도 논의됐다. 전통적인 제조물책임법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사안들이 등장한 만큼, 새로운 법적 해석과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소비자가 예기치 못한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대응방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의는 향후 AI 서비스를 둘러싼 규제가 기술 발전과 조화를 이루도록 방향을 잡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자 권익 보호를 중심으로 제도가 개편될 경우, 기업들도 AI 개발 초기 단계부터 윤리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