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가 인공지능(AI)을 반도체 제조장비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생산현장의 자동화와 효율성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수작업 중심의 장비 설정과정이 AI 기술로 대체되면서 반도체 공정에도 '무인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2025년 9월 18일, AI 기반 자동 설정 기술 'FDS(풀셀프 디바이스 세팅, FullSelf Device Setup)'의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사람이 직접 장비를 조정하던 기존 방식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통상 숙련 기술자가 8시간에 걸쳐 진행하던 작업을 AI가 35분 만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이 기술은 자사 장비인 '마이크로 쏘 앤 비전플레이스먼트 6.0 그리핀'에 이미 적용된 상태다.
AI 도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미반도체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핵심 장비인 'TC 본더 4'에도 AI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며, 향후 출시 예정인 2.5D 빅다이 TC 본더, 빅다이 FC 본더 등 모든 장비에 해당 기능을 순차적으로 탑재할 방침이다. 이는 특히 미세공정의 정밀성이 중요한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AI 기반 자동화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력 강화를 위한 조직 구조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한미반도체는 AI 기술 내재화를 위해 총 150여 명 규모의 'AI 연구본부'를 신설했다. 이 조직은 공정 최적화, 불량 예측, 의사결정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도입해 장비 운용 과정에서의 노하우를 체계화하고, 분석 기반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이번 AI 기술 도입은 단지 장비 효율 개선을 넘어서, 반도체 산업 전반의 노동 구조 및 생산성 향상에 직결될 수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기술 고도화와 생산공정의 복잡성 증가로 숙련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AI 기술이 이러한 부담을 대신하면서 안정성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반도체 장비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장비 성능, 유지관리 효율성, 공정 안정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한미반도체의 AI 전환 전략은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와 기술 리더십 확보에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