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노인의 고독사 등 복지 사각지대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선제적으로 감지해 대응하는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 구축된다. 전력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이를 사회보장정보와 연계함으로써 취약계층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9월 19일, 서울 한전 아트센터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AI·전력 데이터 활용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공공기관 간 데이터 협력 체계를 공식화했다. 한전이 가진 전력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분석 기술을 활용하고, 사회보장정보원 측의 복지 데이터를 연계함으로써 이상 징후가 감지된 가구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시스템은 가구별 전력 사용량을 분석해 평소와 다른 패턴이 나타났을 경우 이를 위험 신호로 판단한다. 이를테면 노년층 1인 가구에서 며칠 이상 전력 사용량이 거의 없을 경우, 생활의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으로 간주된다. 감지된 경고 신호는 사회보장정보원의 47종 복지 정보와 결합해 정밀 분석되며, 이로써 고독사나 건강 악화 등 위기 발생 가능성이 있는 가구를 선별한다. 이후 해당 정보를 지방자치단체가 실시간 공유 받고 신속한 현장 대응이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사실 이번 시스템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한전이 이미 시험적으로 시행해 온 ‘1인 가구 안부 살핌 서비스’의 확장판에 가깝다. 이 서비스는 전력·통신·수도 사용량 데이터를 분석해 위기 상황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지금까지 15명의 생명을 구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 범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사회보장정보와의 연계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한전 측은 전력 소비 패턴이 개인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전력 데이터야말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위기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생활 신호’라고 보고 있다. 문일주 한전 기술혁신본부장은 “전력 데이터는 국민의 삶에 가장 가까운 정직한 신호”라며, “AI 기술과 공공정책이 결합해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복지 사각지대 문제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점차 늘어나는 고령 1인 가구와 같은 복지 취약층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지면서, 고독사 예방뿐 아니라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기대된다.